<스타워즈 : 제다이의 귀환> 40주년을 맞이하며.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을 기다릴 일은 성인이 되어서는 없을 줄 알았건만,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온 스타워즈 데이 (지난 5월 4일)에- 25년 차 스타워즈 팬의 가슴은 아직도 두근거립니다. 그리고 스타워즈 데이와 비슷한 시기에 돌아온 제다이의 이야기는 조금 더 특별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3년 전 40주년을 맞이했던 <제국의 역습>에 이어, 오리지널 3부작 마지막 이야기 <제다이의 귀환> 역시 올해로 개봉 40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맞춰 북미에서는 지난 4월 28일 <스타워즈 : 제다이의 귀환>이 재개봉됨과 함께, 40주년 포스터 또한 잇따라 공개되었습니다. <제국의 역습>에 이어, 이번 기념비적 40주년 포스터까지 제작을 맡은 '멧 퍼거슨(Matt Ferguson)'에 따르면- 포스터의 전반적 구성은 기계적 물성으로 이루어진 차가운 느낌인 반면, '루크와 반란군의 승리'라는 서사에 걸맞게 따뜻한 톤이 더욱 부각될 수 있도록 창작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제다이의 귀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로고는, 루크의 라이트세이버 그리고 행성 엔도를 감도는 초록빛깔의 중심에서 더욱더 부각됩니다.
“작품은 스토리를 전해야만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필히 '두 인물'이 작품의 전체적 구성을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루크가 흑화 되어 버리고 말 것인가, 아니면 베이더가 어둠을 극복해 낼 것인가?'
결국에 이 이야기의 모든 것은- 선과 악 사이의 밀당에 관한 것이니까요.” _Matt Ferguson
스타워즈 시리즈 중 최고의 에피소드를 고르라면, 아마 대부분의 팬들과 다를 바 없이, 저 또한 <제국의 역습> 또는 <새로운 희망>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 큰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 최애 시리즈를 꼽는다면, 그 선택은 주저 없이 <제다이의 귀환>이 될 것입니다. 그 이유에는 스타워즈 팬이라면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을 요소들 뿐만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 또한 있는 듯합니다. 이번 40주년을 빌러, 최애 에피소드에 대한 헌사라는 미명 아래, 이 작품이 저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오리지널 트릴로지의 대미를 장식하는 완결작답게 <제다이의 귀환>에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자바 더 헛'은 타투인 행성을 지배하고 있는 갱단 두목으로,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워즈 캐릭터로도 잘 알려져 있죠. 이 타투인 거물은 사실상 <제다이의 귀환>에서 첫 등장을 선보이며- 당대 스타워즈 아날로그 분장의 진수를 선보입니다.
그 밖에도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입 형태의 생물체 ‘살락’부터, 귀여움과 어이없음이 공존하는 ‘이워크’와, 당시 소년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황금 비키니의 레아공주, 그리고 아크바 제독의 대사 “It's a trap!”까지. 그야말로 현재까지도 단골 밈 소재로 쓰이는 클래식의 향연입니다.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스피더 바이크 씬은- 이후 스타워즈 특유의 추격씬 색깔을 확립했다고 할 수 있으며, 엔도전투는 지금도 여전히 SF영화 역사상 최고의 우주 전쟁연출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타이틀처럼, 이 모든 캐릭터와 이야기의 중심엔 역시나 '제다이'가 있습니다.
‘다스베이더’, ‘요다’, 'R2-D2'는 스타워즈를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제법 친숙한 캐릭터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의 진 주인공은 '루크 스카이워커(Luke Skywalker)' 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요.
사막 행성 '타투인'에서 삼촌을 도와 농사를 짓던 시골 소년은, 가족의 복수를 위해 제국에 맞서는 여정에 오르게 되고, '제다이'가 되기 위한 수련을 거치던 와중- 자신이 줄곧 증오의 화살을 겨누던 자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라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제다이의 귀환>은 결국 이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마침내 '제다이 기사'로 우뚝 서게 된 루크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는 여타 영화 및 미디어들이 차용하는 '메시아 연대기'의 전형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한때 '루크 스타킬러(Luke Starkiller)'라는 예명이었던 주인공의 이야기는- '쿠로사와 아키라'의 사무라이 영화를 비롯해- 사악한 마법사와 고대 전사, 그리고 언제나 누군가 구해주길 기다리는 공주가 꼭 등장하기 마련인 고전 동화들의 영향 아래 탄생되어, 판타지와 공상과학의 경계가 흐릿한 세계로 무대를 옮깁니다. 그래서 언뜻 보기엔, 루크의 여정은 수많은 영화들 속 영웅들의 발자취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게 된 늙은 현자로부터- 전사가 되기 위한 가르침을 받고, 그러다 스승은 제자가 스스로 일어서게끔 주인공 곁을 떠나지만, 그럼에도 모든 역경을 이겨낸 끝에 악과 맞서 싸워 승리를 쟁취하는- 결국 모든 이들로부터 영웅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이야기가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루카스는 이처럼 뻔할 수 있는 메시아의 여정을 살짝 비틉니다.
스타워즈 이야기의 첫 장 <새로운 희망>에서 루크는 혼자만의 힘으로 데스스타를 파괴하며, 영웅적 면모를 과시합니다. 사실상 후속작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새로운 희망> 그 자체로 충분히 깔끔한 수미상관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었죠. 하지만, 후속작 <제국의 역습>에서 루크는- 이전의 영광은 온데간데없이, 혹독한 시험에 들게 됩니다. '오비완 케노비'의 빈자리를 잇는 새 스승부터 평범하지 않은데요, 제다이 마스터 '요다'의 가르침과 그가 말하는 포스의 철학을 통해, 우리는 루크의 고집스러운 본성 및 근시안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비록 친구들을 구하겠다는 숭고한 목적 아래- 도중에 그만둔 훈련이었으나, 제다이의 레벨에 이르지 못한 채 마주한 다스베이더와의 싸움에서 루크는 완패하고야 맙니다. 위기에 빠진 친구들을 구하려다 되려 본인이 함정에 빠져, 친구들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남게 된 것부터- 다스베이더가 아버지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기까지- 한 영웅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이토록 깊이 붕괴되는 이야기는 결코 흔치 않습니다.
이제 루크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습니다. 루크가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진 친구들을 구하고자, 고향 '타투인'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더 이상 그때 이곳의 농부 소년이 아닌, 어엿한 제다이 기사가 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제다이의 귀환>에서 루크가 '자바 더 헛'의 궁전에 들어서는 순간, 그의 여정이 다시 한번 전형적 궤도에 오른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전보다 나이가 들었고, 좀 더 현명해진 데다, 더 강해진 듯 보이니까요. '자바 더 헛의 궁전'은 그의 성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인 셈입니다. 루크는 더 이상 구름도시(Cloud City)에서 처럼 맹목적으로 싸움에 휘말리지 않죠. 대신, 한솔로를 구하기 위한 견고한 계획과 함께, 몇 가지 대안까지 지닌 채, 적의 소굴에 들어섭니다. 여타 히어로 영화였다면, '자바 더 헛'의 잔당들을 차례로 깨부수며 수뇌부로 들어섰을 노릇입니다. 반면에, 루크는 마지막까지 헛에게 평화적으로 싸움을 끝내며 한 솔로를 넘겨줄 기회를 수차례 주었던 것만 보아도- 그에게 '폭력'은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 비쳐 집니다.
무엇보다, 스타워즈에서 계속 다뤄졌지만- 정확히 정의되지 않던 '제다이'라는 존재가, 과연 여타의 히어로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는- 영화 막바지, 마지막 대결(The Last Duel)에 다다랐을 때에서야, 보다 명확해집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