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9일
딜쿠샤(DILKUSHA)가 뭔지 아는 사람??
딜쿠샤는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이라는 뜻으로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지정 명칭은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 지정명칭에서 보듯 앨버트 W. 테일러와 메리 L. 테일러 부부가 살던 집으로 테일러 부부는 1923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1924년에 이 집을 완공하였는데 1926년에는 화재가 발생해 1930년에 다시 재건하였다고 한다.
그럼 이 테일러 부부가 누구인지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앨버트 테일러는 1919년 3.1 운동 당시 제암리 학살사건을 전 세계로 타전한 AP통신사 특파원이었고 그의 아내 메리 테일러는 원래 영국의 배우였는데 순회공연 중 일본에서 알버트를 만나 결혼을 하고 일제 강점기의 한국으로 오게 된다. 두 부부가 거주를 위해 대지를 구입하고 건립한 가옥으로, 역사적 인물의 삶을 조명하고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역사적 공간으로서의 건축적 가치가 있다.
앨버트 테일러는 1910년부터 서울에 거주하였으며, 1919년 3.1 독립선언과 제암리학살사건을 외부에 알려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전파하였다. 특히 아내가 아들을 출산하기 위해 입원한 세브란스 병원 침상에서 간호사가 숨기고 간 3.1 독립선언서를 발견하고 갓 태어난 아들의 침대 밑에 숨겨 두었다가 일제의 눈을 피해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렸으며, 이를 계기로 조선의 항일독립운동을 돕다가 일본제국에 의해 체포되어 6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서의 수감생활을 거쳐 추방됐으며 1948년 미국에서 사망하였다.
이 건물은 인기 있었던 넷플릭스 시리즈인 브리저튼에 나오는 집과 닮았다. H자형 평면의 지하 1층 지상 2층, 프랑스식 쌓기의 빨간 벽돌 건물로 외벽의 벽돌 쌓기 방식이 특이하다. 즉 일종의 ‘공동벽 세워쌓기 (rat-trap bond)’로 현카는 면이 표면에 나타나도록 세워대고 현카는 면과 마구리가 번갈아 나타나도록 쌓았다고 한다.
앞면은 박공지붕의 양 날개와 가운데 5개의 낮은 기둥이 있는 베란다를 가진 중앙부로 구성되었으며, 중앙부 4칸 중 좌측 한 칸이 현관과 홀 및 돌출반원형 계단이 있고, 나머지 3칸은 2짝씩의 유리문 3개가 있는 대연회장이, 그리고 동측 날개채에는 벽난로가 있는 식당, 서쪽 날개채에는 욕실과 옷방이 딸린 2개의 자녀방(나중에 손님방), 그리고 후면부는 식료 저장고, 창고 등 서비스구역들로 구성되었으며, 2층도 1층과 비슷한데 중앙의 응접실에서는 저 아래 도시와 저너머 산들이 조망되고 화창한 날에는 한강까지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지하층에는 나무, 석탄, 와인을 저장하였으며, 벽난로와 거대한 이동식 난로, 얼음상자 등이 있었다고 메리 테일러는 본인의 저서 「Chain of Amber」에 적고 있다. 오르내리기 창호, 여닫이 창호, 미서기 창호가 혼재되어 있으며, 바닥은 목조마루이다.
1942년 일제가 테일러 부부를 추방한 후 딜쿠샤는 동생 윌리엄 W. 테일러가 잠시 관리하다가 1959년에 자유당 조경규 의원이 딜쿠샤를 매입하였으나 1963년에 조경규 의원의 재산이 국가로 넘어가면서 딜쿠샤도 국가 소유가 되었다. 그 후로 딜쿠샤는 오랜 기간 방치되어 본모습을 잃고 부랑자들이나 노숙자들에게 불법 점거되어 망가지게 되었는데 2005년에 앨버트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의 의뢰를 받은 서일대학교 김익상 교수가 어렵게 이곳을 찾아내었고 2006년 브루스는 마침내 66년 만에 딸과 부인과 함께 자신이 어린 시절에 살던 딜쿠샤를 방문하였다. 브루스는 망가진 집을 안타까워하기보다 집 없는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있는 것을 기뻐했고 그렇게 딜쿠샤는 다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2015년 브루스의 사망 후 딸인 제니퍼 테일러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테일러 가문의 자료 1000건 이상을 서울시는 기증하고 딜쿠샤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 2016년 관계기관(서울시, 기획재정부, 국가유산청, 종로구) 간의 업무 협약이 체결되었으며 2017년 8월에 등록문화유산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딜쿠샤)’로 등록되었다. 2017년부터 복원사업이 시작되었고 당시 딜쿠샤에 거주하던 주민들과 원만히 협의하여 2018년 7월에 이주를 완료한 후 2018년 11월부터 건물의 원형을 복원하는 공사를 시작해 2020년 12월에 건물 복원을 완료하였다. 이후 내부 거실은 테일러 부부가 살던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하였으며 나머지 공간은 테일러 부부가 한국에서 생활하던 모습과 앨버트 W. 테일러의 언론활동을 주제로 한 전시실로 조성하여 2021년 3월 1일에 개관하였다.
내가 방문했을 때가 2년 전 딱 요맘때였는데 날씨 좋은 봄날에 가면 파란 하늘과 빨간 벽돌 그리고 마당의 초록색 잔디의 조화가 그림 같았다. 그림을 정말 못 그리는 나지만 이런 풍경은 수채화로 남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서울 속 작은 유럽을 느끼게 해 주면서 그 안에 뜨거운 우리의 독립운동의 역사까지 품고 있는 딜쿠샤에 방문해 꼭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