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란?

2026년 4월 20일

by HWP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난 임신해 있던 상태였고 장례식 5개월 후에 우리 딸이 태어났으니 올해로 딱 25년이 되었다. 내가 갓 30을 넘었을 때였는데 그때는 그 일의 무거움도 내가 느껴야만 할 슬픔도 와닿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이후 우리 가족은 항상 그 날짜를 기억했다. 당연히 지켜야 할 날로 제사를 지냈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조금 바쁘더라도, 그날만큼은 비워두고 모이는 것. 그것이 당연하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그 날짜를 바꿨다. 정확히는, '바꿨다’기보다 ‘옮겼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이 맞는 기일을 지키는 대신 주말로 제사 날짜를 맞춰서 지내게돤...


처음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일이라는 건 지켜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제 날짜가 아닌 날에 올리는 제사가 과연 같은 의미일까. 일과 약속과 각자의 삶 속에서, 형식만 남은 채 제 날짜도 아닌데 서둘러 끝내는 제사가 과연 ‘지키는 것’일까.


아직도 나는 이 것에 대한 답을 모르겠다. 다들 여유가 있다는 주말에 만났지만 중간고사라고 출근이라고 다들 시간을 참석을 못하거나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났다. 만난 사람들의 대화에서도 예전만큼의 사려와 다정을 찾기 어려웠다. 기일이 아닌 주말로 바꿔서 제사를 지낸다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아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날짜를 지키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마음을 지키고 있었던 걸까.

기일을 옮긴다는 건, 어쩌면 전통을 조금 내려놓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전통이 왜 존재했는지를 다시 묻는 일이기도 하다. 정확한 날짜에 모이는 것이 ‘기억’이라면, 함께 모여 오래 이야기하는 것은 ‘기억의 방식’ 일지도 모른다.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불합리하다는 느낌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두 감정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마도 우리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지켜야 한다는 마음과, 바꿔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불합리라는 모순을 커버하기 위해 나는 어제 일찍 아빠 납골당에 가서 오늘이 제사이니 늦지 말고 오시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엄마도 이미 주초에 아빠 납골당에 들러서 제사 날짜가 바뀐 이야기를 하고 오셨다고 하는 걸로 봐서 엄마도 이 변화가 썩 맘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돌아가신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이 제사라는 형식과 추모라는 마음 중에 무엇이 더 앞설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 차례나 제사를 집이 아니라 절에서 지내면서 명절 때 어쩌다 한 번 납골당을 방문하는 것과 차례, 제사 한 번 지내지 않지만 시도 때도 없이 모조를 찾아가는 것 증에 무엇이 진정한 기리는 마음일지...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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