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7일
오랜만에 다시 찾은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여전히 조금 낯설었다. 분명 여러 번 오갔던 곳인데, 이곳은 이상하게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마도 이 건물을 설계한 렘 쿨하스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편안하게 머물도록 하기보다, 끊임없이 시선을 흔들고 질문을 던지는 공간. 경사면을 따라 기울어진 구조와 예상에서 벗어나는 동선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자꾸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1995년 서울대학고 개교 50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시작한 미술관 프로젝트는 삼성문화재단의 건립기증 협찬을 통해 96년 네덜란드 건축가 램쿨하스가 설계를 시작하여 10년의 기간을 거쳐 2025년 완공되었다. U-Glass를 외부마감재로 선택하여 철골 트러스 구조가 노출된 미술관 건물은 언덕의 지형을 이용하여 공중에 떠있는 거대한 조각 작품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내부 공간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경사면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도 각층이 별도의 공간적인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유동적이며 도전적인 공간은 현대 예술의 새로운 시도를 위한 다양하고 참신한 프로그램 기획을 가능하게 한다.
개관 2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전시는, 그 시작점으로 나를 데려갔다. 이미 완성된 건물이 아니라, 아직 만들어지고 있던 시절의 이야기들, 도면과 모형, 그리고 수많은 선택의 흔적들이 지금의 공간을 다시 낯설게 만든다.
그 시작에는 분명한 의지가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생각이 오가는 하나의 장을 만들겠다는 의지, 학교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의미 있는 공간인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20022년과 2023년에 ACP 17기와 18기를 수료했다.「창의적 리더를 위한 예술문화과정(Art & Culture Program for Creative Leaders)」라는 명칭의 최고경영자과정은 2009년 시작해서 올해 21기가 수강하고 있는데 예술을 통해 시대를 읽고, 사유의 깊이와 판단의 균형을 갖춘 리더십을 함양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처음에는 ‘미술관에서 배우는 경영’이라는 말이 조금은 멀게 느껴졌지만, 강의가 끝난 뒤에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날들이 있었다. 작품 앞에 서서 누군가의 해석을 듣고, 또 다른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고, 작가를 만나 정답이 없는 대화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 전시에서 마주한 소장품들은 그때의 기억을 조용히 불러냈다. 작품은 여전히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보는 사람에게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대학교 소속의 첫 번째 미술관인 서울대 미술관의 20년을 조망하는 전시는 "안과 밖 (Inside / Outside)"라는 제목 그대로 장소와 건물이라는 컨테이너적 맥락과 소장품이라는 콘텐츠적인 맥락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공간의 안과 밖, 그리고 미술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오프닝에는 리움미술관의 홍라희 명예관장과 서울대학교 유홍림 총장 그리고 서울대 미술관 김형숙 관장 등을 비롯한 내외 귀빈이 참석하였다. 지금까지 20년을 재조명하고 앞으로의 20년을 설계하는 자리였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김형숙 관장은 "이 공간을 통해 미술의 자율적 탐구를 지원하는 동시에 공동체적 경험과 관계 속에서 열린 미술의 장으로서 대학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정말 훌륭한 포부 아닌가?
미국 최초의 대학교 미술관인 예일 아트 갤러리를 비롯 하버드 아트 뮤지엄, 버클리 미술관 등 미국에는 대학 부설 미술관이 다양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시의 문화허브로서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도 학생들은 물론 근처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나아가 국내외에서 관광객이 찾아갈 수 있는 데스티네이션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 길에 나도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