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돌이 함께 나이 드는 곳

2009년 앙코르와트

by HWP

2007년부터 10년 이상 프랑스계 화장품 회사에 다니면서 프랑스뿐 아니라 아시아 곳곳으로 출장을 가면서 주변을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2009년 캄보디아의 씨엠립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세미나를 위해 출장을 갔을 때도 앙코르와트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죠.


앙코르와트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최대의 불교사원으로 1150년 경 완공될 당시에는 힌두교 사원으로 30년간 사용되었으나 이후 불교사원으로 바뀌었습니다. 크메르어로 앙코르는 도시, 와트는 사원을 뜻하며 왕조의 힘, 신성함, 영광 등을 뜻하는 왕조의 사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석조 사원은 크메르왕국이 쇠퇴하면서 밀림 속에 방치되고 잊혔다가 1800년대 중반에 프랑스의 학자 앙리 무오가 쓴 방문기가 유명해지면서 유럽인들에게 각광받는 관광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DSC08813.JPG 앙코르와트

앙코르와트로 들어가려면 해자를 건너는 긴 다리를 건너가야 하고 2개의 성벽을 지나야 가운데 잇는 사원에 도달하게 됩니다. 가장 밖의 외벽은 회랑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벽면의 유려한 부조들과 그리스 신전 같은 기둥이 늘어서 있어 화려했던 당시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가이드에게서 들었던 설명들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 사진을 보면서 인터넷에서 정보를 다시 찾아보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핑크색 돌은 페인트를 칠했다거나 대리석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적갈색의 산화철을 포함한 라테라이트라는 재료로 만든 벽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돌 표면에 미려한 부조를 새길 수 있었던 이유는 대부분 사암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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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내외부

앙코르 유적지에는 앙코르 와트 이외에도 많은 숨겨진 사원들이 있어 스몰투어와 그랜드투어로 코스를 선택하여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랜드 투어는 앙코르와트와 앙코르 툼, 타 프롬을 포함하는 한나절 코스로 때에 따라 새벽부터 일출을 포함하여 진행하기도 하며 스몰 투어는 타 솜, 프레룹 등 소규모 사원 유적지를 돌아보는 반나절 코스다. 또한 일몰 투어도 가능합니다.


이 중에서 타 프롬 사원은 2001년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툼레이더라는 영화의 배경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 영화는 앙코르 유적의 여러 사원에서 11개월 넘게 촬영되었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나무와 돌이 마치 한 몸처럼 엉켜있는 타 프롬 (Ta Prohm) 사원입니다.

스크린샷(171).png 툼레이더 장면 캡처

사원을 뒤덮고 있는 나무는 스펑나무라고 하는 보리수나무의 일종으로 수명이 400-800년이나 된다는데 어떻게 하다가 나무가 사원을 잡아먹는 괴물처럼 되었는지 정말 미스터리 한 장면이었습니다. 크메르 왕조가 망하고 사원이 밀림 속에 방치되어 있을 때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벽이나 건물 위로 나무가 뻗어 올라간 모습은 기이할 뿐입니다. 사원을 복구하려면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는 안될 정도라서 실제로 나무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도록 잘라놓은 곳들도 보였습니다. 마치 영화 장면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신비롭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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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8771.JPG 타프롬의 스펑나무

타 프롬 외에 바이욘 사원은 탑 대신 자비로운 얼굴이 새겨진 대형 얼굴상이 서 있는데 부처님의 얼굴이라는 설도 있고 크메르왕조의 중흥을 이끌며 바이욘 사원을 건설한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앙코르와트나 앙코르 툼의 탑들이 가파른 계단을 거의 기다시피 올라가야 하는 것과 달리 바이욘의 계단은 가파르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아서 사람이 오르내리기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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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욘 사원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프린스 앙코르 호텔 앤 스파는 씨엠립 시내에 있는 호텔이었는데 내가 갔을 땐 그 주변에 화려한 건물이나 다른 호텔들이 없이 덩그러니 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지도를 찾아보니 지금은 럭셔리한 호텔이나 멋진 레스토랑도 많이 생긴 것 같더라고요. 하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개발도상국의 17년은 천지가 개벽할 수 있을만한 시간이죠.

https://maps.app.goo.gl/wBZ5eFoJxqG7dJRW7

언제 다시 씨엠립과 앙코르와트를 갈 수 있을까요? 세상에 아직도 안 가본 곳,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은데요.

다음엔 어떤 여행기를 쓰게 될지 지금부터 골라보겠습니다.


다음 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