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멜버른
2017년 1월 1일을 본다이비치에서 맞이한 우리는 다음날부터 3일간 멜버른으로 모녀 여행을 떠났습니다. 멜버른은 시드니에 이어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시드니보다 더 남쪽에 있고 바다에 면해 있어서 런던이랑 비슷한 비도 많이 오고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기후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갔을 때는 정말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3일 내내 해가 쨍쨍한 우리나라 초여름 정도의 날씨였습니다. 습하지 않아서 돌아다니가 최적이었어요.
시드니랑 수도 경쟁을 했을 정도로 발달했던 도시지만 시드니보다 늦게 개발이 되면서 빅토리아시대의 건물이 훨씬 많이 남아있는 문화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특히 구시가지는 골목이 좁아서 큰 차들이 다니지 못하는 길도 많다고 합니다. 런던이랑 기후뿐 아니라 보기에도 런던과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잡았는데 지금의 마블 스타디움, 당시의 알리안츠 스타디움 근처에 있는 방 2개짜리 upper west side 아파트 한 채를 빌렸습니다. 깔끔한 가구와 소품이 꽤나 맘에 들었던 숙소예요. 에어비앤비로 여행하면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보다 좋은 숙소를 발견하게 되면 기분이 꽤나 좋죠. 저는 조건이나 필터를 많이 줘서 검색을 해서인지 그동안 에어비앤비 숙소 중에 실망스러웠던 경험은 별로 없었어요. 에어비앤비의 장점은 여행 가서도 집에서 있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음식을 해 먹거나 사다 먹어도 된다는 점이죠. 이번에도 저희는 그 장점을 백분 살려보았습니다.
도착해서 첫날 저녁은 근처 마트에서 식사, 안주, 와인을 사서 숙소에서 편안하게 먹었습니다. 특히 제일 좋았던 것은 로스트 치킨인데요. 바삭하게 튀긴 닭을 비닐에 넣어서 팔더라고요. 그 외에 와인 안주인 치즈와 올리브, 샐러드 등도 샀죠. 호주니만큼 캥거루 고기도 시도해 볼까 했으나 너무 하드코어라 참기로 했어요. 호주에는 요리 안 하고도 살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슈퍼에서 파는 음식이 좋았어요. 물론 이 날 말고는 다 밖에서 사 먹었지만요...^^
여행기 처음 시작하면서도 적었지만 저는 여행을 시간단위로 계획하고 다니는 스타일인데 멜버른 여행은 그렇지 못했던 거 같아요. 그냥 눈 떠서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먹고 싶은 곳에 들어가서 먹고 쉬고 싶을 때 쉬는 전형적인 P의 여행이라 중요한 관광 명소를 놓친 곳이 많아서 지금 다시 복기해 보니 아쉬움이 많습니다.
멜버른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는 야라강 주변이 우리의 주요 동선이라서 사진을 따라 위치를 표시해 봤더니 거의 세끼를 모두 그 근처에서 먹었더라고요. 그리고 먹방 여행을 했나 싶을 정도로 음식 사진이 어찌나 많은지...^^ 먹었던 식당들의 사진을 올리는데 지금은 없어지고 다른 식당으로 바뀐 곳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둘째 날 갔던 페더레이션 스퀘어에는 슬라이더가 설치되고 대형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남반구에 사 맞이하는 1월의 여름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습니다. 광장에는 영상아트센터인 ACMI가 있고 건너편에는 고딕양식의 생폴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죠. 그리고 바로 옆에는 우리나라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나와서 미사 거리라고 불리는 호저 레인이 있는데 저희는 이때 그 사실을 모르고 미처 가보질 못해 아쉽습니다.
https://maps.app.goo.gl/f7tXxNCJwh8gnL8U7
멜버른 관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뭐니 뭐니 해도 빅토리아주 공립도서관이었습니다. 외관은 도리아식 석주가 있는 파르테논 신전을 닮은 고대 건축양식의 웅장한 모습이고 내부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영국 건물을 상시키며 학구적인 분위기라 저절로 책을 읽고 싶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여행을 더 오래 왔다면 하루 종일 머물고 싶어지는 곳이었어요.
마지막날 밤은 딸들을 숙소에 두고 저와 친구 둘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야라강 연안의 카지노와 함께 있는 칵테일바에서 여행지로 멜버른을 선택했던 것은 정말 탁월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부터 새로 시작된 2017년에 무엇을 할지 등에 대해 조잘거리며 코즈모폴리턴, 더티 마티니를 홀짝거렸습니다. 완벽한 여행의 마무리였죠.
2017년 초의 호주 여행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