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의 온도
26도
뒷모습을 바라본다. 매일 같이 집을 떠나는 이의 마음이 어떻든 그가 안전하고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바란다. 터미널을 벗어나며 ‘가지 말라 해볼껄 그랬나’ 속으로만 삼켜본다. 내뱉는다한들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가야 할 길에 다가올 수록 쫄래 쫄래 가던 뒷모습은 잊혀지지만 ‘언제 전화 오려나’ 걱정은 이어진다. 그저 그를 믿는다. 오늘이 아니라도 또 어디론가 가버릴지 모르는 그에게는 온전히 믿음만, 나의 눈빛만 전해줄 뿐이다.
30도
창문 너머로 탁 하고 문을 닫고 멀어진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표정이 그려진다. 어디론가 발걸음을 내딛으며 느껴지는 진동에 조금이라도 설레이는 나보다 걱정과 아쉬움 속 뒤도는 나를 말리고 싶은 그들의 마음은 서늘할 것이다. 나도 누군가를 걱정하고 내 옆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끼며 부모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새발의 피도 안되겠지만 말이다. 천방지축 아직은 내 맘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가고 싶은대로 하려는 난, 그들의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 ‘just go' 내 마음만 헤엄치니까. 그래도 약간의 죄책감이 나를 찾아온다. 열심히 일하는 모두의 시간 틈새로 그들을 남겨두고 나 혼자 떠나 놀러간다는걸 나도 안다. 멈추고 싶지 않을뿐.
28도
어제는 양산을 다녀왔다. 오늘은 제주도를 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고 그저께는 청주에서 창원으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봐도 유랑하는 삶이다. 오늘 비행기를 취소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흔쾌히 기분좋게 걸음한 여행은 아니다. 이동수단에 나를 싣어나르는 과정에 지쳤고, 여기저기 다니지 않고 집에 있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오늘이 아니더라도 토요일, 일요일. 예정된 이동 속에서도 지금 비행기를 탄 이유는 집에 누워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는 게 더 내 마음을 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기 보다 나와서 무언가로 가고 하는게 더 알차다. 취소했다면 화, 수, 목을 집에서 베짱이처럼 느즈막하게 일어나 밥 먹고 집안일을 하다가 도서관을 가야하는데 생각만 하고 못간채로 엄마의 퇴근을 맞을 것이다. 다부지게 굳어지지 못한 마음이 나를 이리저리 흔들리게 했다. 그럴듯한 이유라도 붙이고 다시 제주행을 선택하고 싶지만 이유도 찾지 못했다. ’다시 충전하러 가는‘ 은 아니다. 제주도에 가있는 동안은 충전되는 느낌을 받지만 다녀오고 나서의 내 삶이 완충되어 가득찬 생활을 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도 아니다. 만날 사람들은 존재하지만 그들이 너무 보고싶고 꼭 그들을 만나러 가는 여행이라 할 수 없다. 이건 나만을 위한 여행이니. ’무언가를 하러 가는/보러 가는‘ 도 될 수가 없다. 물놀이를 하고 싶지만 언제 내 마음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는걸 나는 안다. 그래서 첫 날 물놀이를 하려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가자마자 바다에 뛰어들 준비를 한다. 아니면 못하고 올까봐. 물놀이라도 해야지. 보고 싶은 일출, 별도 다 봤다. 굳이 붙이자면 환경을 변화시키러 간다. 매일 매일 다른 환경 속에 살고 있지만 그것조차 충족되지 않아서. 가는 마음은 일단 그렇다.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그리 뜨겁지도, 곧 들어갈 차가운 바다 속처럼 시원치도 않은 어중간한 마음.
다녀오고 나서의 마음도 궁금하다. 과연 남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