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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한 시간 전쯤 탈 때와 다르게 불어오는 바람이 원피스를 휘날렸고 예측 못해 깜짝 놀란 다리와 머리가 어지러웠다. 갑자기 바람이 이렇게 불다니? 비행기 탈 때만 해도 엄청 더워서 오늘도 땡볕 더위에 시원한 물 속에 들어가는 상상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내 걱정을 모르는 듯 2주 전 평일 내도록 보았던 세화 바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으로 춤추고 있었다. 색깔도 더 진해졌다. 그 내면이 흥이 나서 저러는지 화가 나서 그러는지 순응한듯 그저 흔들리고 있는건지 세밀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멀리서 보아도 점점 까맣게 서로 세차게 부딪히고 있는건 맞았다. 누구 없나? 사람을 찾는 눈이 보물찾기 하듯 한 두 명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저 안에 내 몸을 실을 수 있을까 가까이 갈수록 느려지는 발걸음이 마음을 대변했다.
시원하다. 무더위가 아니라 더 좋은데 춥지 않을까 요근래 처음으로 추위 걱정을 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해변가에서 바라본 바다는 새까만 돌을 후려치는 듯 했다. 그럼 나도 때리는거 아니야? 늦춰지지 않는 템포를 뒤로 하고 이를 배경으로 사진부터 찍었다. 어찌될지 모르니 너 나랑 일단 찍자! 김치!
찍어줄 다른 이는 없기에 여기저기 세워보느라 연구하기 바빴다. 배경인 바다는 몰아치던 말던 나는 일단 나를 담아내야 했다. 충전하는 부분에 들어간 모래를 후 불어내며 나처럼 정신없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깥에서 샤워 안하고 가도 되고 오히려 좋을 수 있다. 스스로 주문 외우듯 합리화 하즈 그칠줄 모르는 파도를 보는 눈에 애정 필터가 씌워졌다. 좋았어. 너가 나를 위해?
미역
마음을 고쳐 먹은 건 그래도 해보자 마인드였다. 약간 개인 것 같은 하늘과 미세하게 잠잠해진 듯한 바람에 바다도 달라보였다. 더 연해졌달까? 들어갈 마음을 먹고 목적지를 정하다 보니 얕은 수심에 하늘빛 바다를 까맣게 수놓은 미역들이 보인다. 미역이 뭐 이래 많아. 파도가 치던 바위에 하얗게 분신한 미역들도 널려있다. 바다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미역들이 반갑지만 깔끔해 보이지는 않는다. 자연 속에서 매끈함을 찾는 내가 문제다.
발을 넣어보려다가 뒷걸음질을 쳤다. 미역이 너무 많다. 양쪽 바위 사이로 빼곡한 미역을 보며 다른 경로를 찾았다. 미역아 미안. 널 싫어하는게 아니라 미끄러울 수 있잖아? 넘어지면 도와줄 사람도 없다구. 미역이 덜한 물에 들어간 내가 부르르 떨었다. 너무 좋아서! 물 온도 뭐야! 차갑지도 않고 그리 뜨뜻하지도 않고 놀기 딱 좋은 물이다! 좋았어! 이따금씩 나를 맞이하는 미역을 지나치며 부드러움을 느낀다. 이제까지의 느낌들과 다르게. 미역을 잊은채 거침없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나. 물놀이는 기세다.
메인
암튜브를 믿고 편안하게 누웠다. 포근하게 안아주는 물을 느끼며 떠내려감에 몸을 맡긴다. 잠시 엎어져도 본다. 깊숙이 느끼고파 잠수도 하는데, 어머 이건 스노쿨링이 필요해. 다시 미역을 지나쳐 장비를 가지고 부엉이로 변신해 물을 만난다. 퍼덕퍼덕 발을 굴러 앞으로 옆으로 나아간다. 암튜브 낀 팔은 쭉 뻗는다. 뽀로록. 물 속 물고기는 이런 기분일까. 유유히 유영하는 나. 물이 되는 이 순간이 평안하다. 첨벙거리는 물놀이는 아니지만 내가 나로 참으로 발하게 되는 시간. 잊지못할 즐거움을 선사한 미역을 품은 세화 바다 물에 감사하다. 감사함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