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언어
제주를 떠난다. 세화에서 어느새 김녕까지 왔다. 어느새 눈에 익어버린 길 위에 아쉬움과 만족감이 뒤섞인 나를 흘린다. 어제 아줄레주를 가기 전, 정차된 차에 반갑게 걸어가며 ‘제주도는 참 문방구가 많다’ 했다. 알파나 드림디포가 장악해 버린 문구점 시장이지만 여긴 다르다. 옛날부터 고수했을 것 같은 ㅇㅇ상회라는 이름에 바깥에 삐져나오게 그물에 걸린 탱탱볼, 유리창 너머로 디피된 새 문구류가 학생들 마읍을 울린다. 어릴 때 새로운 필통 사는게 취미였던 나에게 문방구는 냄새만 맡아도 설레고 좋은 곳이었다. 알파에서는 그때 감정을 느끼기 어려웠는데 이런 곳이라면! 그 후 제주 안 내가 지나다니는 길에서 알파는 만날 수 없었다. 대신 정겨운 이름을 가진 간판들과 까맣게 구멍뚫린 돌담을 계속, 황토 아니라 고동색 흙을, 새파란 바다를 만났다. 어디로 가야하는 곳 없이 가고싶은 곳을 가기 위해 지나는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였다. 어느 도시에서나 볼법한 눈에 익은 체인점이 즐비하지 않은 제주만의 언어였다.
언제 다시 오게될지 구체적인 일자는 기약할 수 없다. 이제 틈나는 날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나 혼자만의 휴가가 끝난다. 올까 말까 고민하다 다시 온 건 너무 잘한 일이다. 별빛을 보고 돌아오던 길 분위기에 쓸려 흥분된 마음으로 7월 비행기를 예약했다. 왕복 5만원 밖에 안하는데 안 올 수가 있을까. 가족들에게 약간의 눈총 받을 생각을 하고 집 대신 제주를 선택했지만 전날까지 취소를 망설였다. 너무 자주 돌아다닌 탓이었다. 별뜻 없이 쉬러 가자는 생각으로 비행기에 버스에 몸을 싣고 섬 위에 띄워져 대화하는 동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거, 해야 할 것. 그동안 내 안에 점선으로 그어진 선 한두군데를 접었다가 폈다. 어느정도 정리된 나를 데리고 돌아간다.
여행에서 장소와 사람을 남겼다. 나는 또 보고 또 찾을 것이다. 게하에서 그들과 함께하는 동안 쌓인 언어가 가득 채운다. 평안한 언어가 제주에서 나를 기다린다. 약간 먼지 쌓이겠지만 쓰윽 탈탈 털어 맛보러 가련다. 언어의 맛을. 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