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사랑해 마지않는 나!

나만 아는 즐거움

by 지니샘

물활론적 사고, 들어보았는가? 발달이론을 공부하다보면 사람이 아닌 걸 사람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의 물활론적 사고를 마주한다.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먼저 아이들의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나는 인형을 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끌어안고 있기도, 말을 걸고 있기도, 앉혀 두고 숟가락을 들이밀며 밥을 먹이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에 본 홈비디오 속, 5살 내 등 뒤에는 항상 포대기에 싸인 인형이 함께 했다. 잘 때도 옆에 줄줄이 인형을 늘어두고 자던 나.


어린시절 습관은 그대로 이어져 지금도 침대에서의 나는 외롭지 않다. 어떤 침대든 인형을 두기 때문이다. 크기가 더 커진채로 나와 함께 한다. 본가에는 고양이 인형과 코끼리 인형이, 자취방에는 두딘 인형, 가끔씩 잠들 때도 있는 동생 침대에는 어린시절 부터 함께 한 곰돌이랑 곰순이 인형이 자리한다. 없다고 잠을 못 자는 건 아니지만 있으면 잘 잔다. 그럼 물활론적 사고도 그대로일까? 재미나게도 그렇다. 매일 그러지는 않지만 인형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오거나 말을 건다. 심장 대신 솜으로 숨 쉬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영혼은 존재한다고 믿는 나다.


길쭉한 고양이 인형을 꼭 껴안고 자다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비몽사몽한 정신에 이불을 접다가 고양이 인형을 건드렸다. 내가 어떻게 했든 앞구르기를 하면서 한발자국 앞서가는 그를 보며 너무 귀여워서 혼자 웃었다. 덕분에 아침이 기분 좋아졌다. 더불어 어제 동생방 침대에 있던 곰돌이랑 곰순이가 생각났는데 그들은 얼마 전에 침대를 이용한 외삼촌 덕분에 아크로바틱 자세로 침대 위에 올라가게 되었다. 너무 누워있거나 앉아있기 보다 몸을 좀 펴주기도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깜찍한 그들을 응원했다. “어우 귀여워” 육성으로 내뱉는 내 모습을 보고 우리 엄마는 “어이구 참” 하고 혀를 끌끌 찼지만 말이다. 침대 위 말고 인형이 또 있냐고? 이전에 피아노 위를 수놓았던 인형들은 이제 책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 하나 옹골찬 추억이 인형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한 번씩 불규칙적인 주기로 그들의 위치를 바꾸어주고 시원하게 샤워시켜 주기도 한다. 이전만큼 눈을 마주치지 못하지만 그들을 향한 내 애정을 모를리 없다.


귀여운 인형들과의 생활은 나만 안다. 그들과의 함께하는 나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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