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필요해
방학한지 한달이 지났다. 어제 어디에서 뭐했는지 곧바로 생각이 안날 정도로 정신 없이 보내고 있다. 매일 매일 오늘 갈 곳, 할 일에 치이기도 하고 치열하게 놀고 있기도 하다. 해외 못가는 여름, 벌써 두 번이나 다녀온 제주도는 한, 두달 전 이야기와 같이 아련하게 어른거린다. 실제로는 바로 저번주에 다녀왔는데, 눈 앞에서 사라지면 파스스 흩어져버리는 아지랑이처럼 존재한다. 많은걸 하려고 했나 싶기도 하다. 집에 누워 있지 않으려고 열심히 발버둥 치다 보니 하루가 멀다하고 버스에 엉덩이를 싣고 유랑하는 삶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없어진 건 아니다! 이동부터 목적지에서의 시간, 일 분 일 초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하루만 지나도 약간의 먼지가 앉아서 그렇지. 버스에서 자는 잠은 밤에 못다한 수면을 대신해 하루를 달콤하게 만들어 주고, 엉덩이 붙인 김에 글을 쓰고 메모장과 카톡을 오가며 일도 한다. 독서모임 당일에 누구보다 편한 자세로 책을 다 읽어버리고, 꼼꼼하지는 않지만 얼레벌레 경로를 찾아 도착한다. 가는 시간을 계산하고 내가 뭐할지 생각하며 팽팽 머리를 자꾸만 돌린다. 그러다가도 자연이 남긴 걸작품에 취해 내 안의 모든 걸 멈춰 한 방향으로 머리를 튼다. 사람들과 만나며 그저 어우러지기도, 무슨 소리야 미간을 찌푸리지만 그럼에도 티를 내지 않기도 한다. 나와 관계를 오가며 한겹 한겹, 층을 이룬 나를 바삭하게 흥분해 날뛸 때도 있고 흐드러지게 녹아버릴 때도 있다. 할 일 많은 현실 속에서도 나만의 재미 포인트를 발견한다. 휴가가 필요없다. 또 언제 찾게 될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