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1호

내가 찍은 사진

by 지니샘

사진을 보며 그 날 하루의 삶을 쫓는다. 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한정된 머리에서 밀려난 것들이 나를 잊게 한다. 이 작은 물체의 폴더 속 사진첩을 클릭하면 그나마 나를 만나며 기억해 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어디서든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려고 애를 쓴다. 가능하다면 내 발끝이라도 찍는다. 있었다는걸 증명하기 위해서. 더 이전의 기억들은 사진으로만 남아있지만, 비교적 최근의 이야기는 사진을 보면 파노라마처럼 그 날의 일상이 토로록 지나간다. 하나를 잡아 아 맞아 그랬지 하며 웃기도, 울기도 한다. 나의 머리처럼 빽빽하게 흘러 넘치는 파일 덕분에 다른 곳에 동기화가 되지 않는 기록들은 검정색 작다면 작은 이 물질에 의지하게 만든다. 없어지거나 어딘가에 빠지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어제는 휴대전화 없이도 잘 살고 공중전화로 잘 소통하던 나였는데, 어느새 없으면 안되는게 생겨버렸다. 날마다의 나를 존재하게 하기 위해서는.


흥미로운 건 누군가가 찍어서 보내 준 사진 중에 내가 털끝이라도 있다면 나는 바로 저장한다. 너무 나 중심적인가 싶기도 하지만 내가 있었고 누군가가 찍어주었다면 더더욱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기에 아주 귀중한 자료로 소중하게 다운로드를 누른다. 보통은 말한다고 입을 열고 있는 사진이다. 언젠가 다시 꺼내어 보게 될 때, 내가 이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뒤에 무슨 행동을 했는지 재생시킨다. 나만 아는 곳에서.


알차게 살고 싶고 부지런하지 않더라도 부지런함을 지향하는 삶이라 그런 것 같다. 나의 이 알찬 삶을 허투로도 남기지 않겠어! 그리곤 하나 하나 다 기억해 주겠어. 추억이 가장 큰 보물인 이고지고 개미같은 내가 오늘도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찍는다. 털끝이라도 나오게 나도 찍고. 지금 눈으로 마주하는 내 세상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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