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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해마을에서 생긴 일

by 지니샘

옛날 옛적 해마을에는 동그라미와 막대기가 살았대요. 동그라미는 말 그대로 동글동글 이어지게 생겼고, 막대기는 쭈욱쭈욱 길게 생겼답니다. 둘이 처음 만난 날, 둘은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소문만 들었던 나와 다른 이가 떡하니 서있는게 아니겠어요? 생김새가 너무나도 다른 이들은 다른만큼 서로에게 푹 빠졌답니다. 둘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몰라 나란히 나란히 걸어가기만 했어요. 수줍은 마음을 숨긴채 말이에요. 어느 날, ㅇㅣ렇게 함께 하던 동그라미와 막대기는 턱 하고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었어요. 손을 잡고 하나가 된 순간 그들은 다시는 놓을 수 없게 이어졌어요. ㅇ-ㅣ디를 가든, 언제나 함께 하며 깊어진 사랑은 시간에 비례한 세월을 마주했지만, 각자가 가진 다름의 존재를 속속들이 알게 된 그들은 점점 다름을 이해했던 처음 그 순간을 잊어갔어요. 옅어진 것이죠. ‘쟤는 더 당길 수 있으면서 나한테 다가오지도 않네’, ‘이제 내가 빨리 보고싶지는 않나봐, 늘어져 버렸네’ 마음 속에서 소리 없이 부르짖기만 하던 그들은 아닌 척 서로를 잡아 당기기 시작했어요. “이만큼만 더 와야지!”, “이렇게 빨리 와야지” 야금 야금 당기던 순간들이 모여... 아이쿠, 서로를 잡았던 그대로 둘은 넘어지고 말았답니다. 놀란 그들의 눈에 오해가 비췄어요. 이해로 시작했던 우리가 어쩌다 오해하게 되었을까. 누워버린 그 곳에서 둘은 눈물만 뚝뚝 흘리며 첫 만남을 그리워했어요. 그러다 누구랄 것도 없이 일어나 슬며시 손을 풀고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다시 바라보았답니다. 이해할 수 있는 서로를요.


_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해가 깊어지면 더 큰 이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모두 다른 이 세상에 달라서 다름에 서로를 이해하던 두 사람이 다름이 쌓여 오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한 번 넘어져 오해에 아팠다면 다시 일어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이해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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