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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문장을 기다리는 시간

by 지니샘

길을 걷다 문득 평온한 일상을 지내면서도 이따금씩 속으로 복잡하고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는 나를 발견하고 탓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다른 이를 들먹였다. ‘아니 도대체 왜 그래가지고’ 심술맞은 마음이 삐죽 머리를 들고 눈을 흘겼다. 그들은 그들일 뿐이고 나는 나, 내 생각은 내 생각일뿐인데. 약해진 마음이 자꾸만 세상에 대고 시비를 걸었다. 들리지는 않았겠지만. 다음으로는 행위로 시선을 돌렸다. 괜히 글쓰기를 해서 내 마음을 더 어지럽히나? 글을 쓰지 않으면 생각 하는 시간이 없을테니까 사색에 빠진 우울이 걷히지 않을까. 쓸데없이 열심히 글쓰기를 탓했다. 금방 곧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내면 저기 저 편에 있는 마음을 끄집어 내 풀어놓을데가 있어 다행인걸 잘 안다. 실체 없는 행위에 그저 풀고 싶었을 뿐이다. 대답 없을 걸 아니까. 꽤나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아이고‘ 나의 찌질함에 코를 찌푸리다 풋 웃어버렸다. 방금까지 걱정하던 우울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마음껏 요동치다가도 잔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건 나였다. 오히려 나의 우울과 사색, 찌질함이 문장을 만들고 그런 나를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 감사했다. 무엇이든 흘려보내고 나면 막혀있을 때보다 마음이 나아진다. 어쩌면 끝 없이 빠져있다는 그 시간이 문장을 기다리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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