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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A DREAMING

작가의 꿈

by 지니샘

꿈을 꾼다. 꿈인 줄도 모르고 꾼다. 손과 발, 얼굴, 온감각을 휘저으며 꿈속 세계에서 한참을 유영하던 나는, 단계 없는 틈 사이로 들어간다. 그리고 또 꾸고 있다.


1. 교사로서 글쓰기를 꿈꾸다

신규 교사가 되었다. “선샘미”라는 말을 듣고는 있지만 학생과 선생님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었다. 아니 학생 쪽으로 더 기울어진 시소를 타고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의 마음이 곧 내 마음이었다. 훈육을 할라치면 나를 보며 눈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아이들 내면의 목소리와 ‘말 언제 끝나지’ 언젠가의 내가 겹쳐 보였다. 이해는 하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선생님인 거다. 재미있지만 막막한 시간, 표현할 곳이 필요했다. “나는 이랬는데 상대는 저랬고, 내 감정은 이렇고 저이는 저럴 것이고, 나는 이러고 싶다” 누구보다 나와 이야기 나누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찾았다. 시끄러울 때도 있지만, 조용히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글을 써 내려가는 꿈 속에 빠져들었다.


2. 글쓰기로 브런치를 꿈꾸다

얕은 곳에서 물장구를 치기만 해도 시원했다. 글로 풀어낸 나의 이야기가 내 삶으로 튀어가 전에 없던 후련함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이따금씩 그 감각을 느끼고자 찾아간 곳에서 발만 구르기도, 주저앉아 온몸으로 적시기도 하였다. 물이 닿는 면적이 글을 쓰게 되는 내 삶의 범위가 되어갈 때 좀 더 깊은 곳으로 가보고자 수경을 챙겼다. 이제는 조금 더 자유로이 노닐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나의 깊은 내면에는 뭐가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들어간 곳에서 충격받더라도 들어가 보고 싶은 호기심이 먼저였다. 삶의 또 다른 자유를 맛본 나는 내 이곳저곳을 속속들이 찾아 나만 보이게 썼다. 들킬까 부끄러운 마음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이에게도 내 형태를 보여주고 싶었다. 평가가 무섭지만 나눔은 즐거울 것 같았다. 그러다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계곡에서 놀던 내가 바다에 나가 오리발 낀 사람을 만나고, 패들보트에 올라탄 사람, 배에 탄 사람도 만난 느낌이었다. 다채로운 세상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3. 브런치로 작가를 꿈꾸다

수경만 끼고 덩그러니 서서 구경하기 바빴다. 그러다 누군가 쓴 글에서 튀어 온 물방울 하나에 차가워하기도 했다. 풍덩 빠져 과몰입되었을 때 마지막 문장에서 구명조끼 하나 던져 준 사람 덕분에 따뜻함을 느끼고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그들은 작가라는 이름으로 자기만의 영법을 가지고 유영했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새로운 꿈의 틈이 열렸다. 입장하던 나는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해 줄까’라는 두려움과 ‘이제 누군가랑 나를 나누는 거야? 너무 신나’라는 기대가 가득했다. 막상막하였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영법 중 내가 동경하던 방법으로 글을 쓰고, 내가 썼던 글 중에서 좀 있어 보인다 싶은 글을 올렸다. 작가 신청을 하고 메일을 기다리면서 물에 들어갈 생각 없이 바다만 왔다 갔다 했다. 결과는 헛된 꿈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네가 무슨 작가야 “ 이야기하는 듯했다. 내가 닿지 못할 바다인가 라는 절망 대신 작가든 말든 일단 뛰어들어 놀기나 하자 싶었다. 오늘 나의 생각, 아이들과의 이야기, 내 시선에 담긴 물질에 대한 공감, 내가 아닌 것으로서 바라보기, 어린 시절 꼬꼬마 나를 데려와 마음껏 우쭈쭈 해주기. 거의 매일 실컷 놀았다. 헐떡이는 숨을 고르고자 바깥으로 나와 그간의 글을 돌아보며 마침내 내 영법을 공개하는 작가가 되었다.


4. 작가로 나를 꿈꾸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알게 된 점은 나는 타인에게 보이고 관심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 나를 위해서 뛰어든다는 점이었다. 아직 보일줄 몰라서 그럴지도. 그럼에도 나는 나를 알지 못한다. 그저 작가로서 글을 빌려 내가 나임을 인식하고 표현할 뿐이다. 어쩌면 나라는 존재는 헤엄치고 헤엄쳐 결국 정착하게 될 섬이라는 목표가 아니라 망망대해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그럼 출렁거리는 하루하루에 나를 맡겨 잃지 않게 나를 쓰고, 또 꿈을 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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