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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어~? 꾸안꾸 했구나~?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by 지니샘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가디건을 챙겼다. 몇 달동안 잊고 살던 옷이었다. 입지는 않고 팔에 걸어두며 어느샌가 찾아온 온도를 만끽했다. 우산과 가디건이 치렁하게 팔에 걸려져도 괜찮았다. 다리에 자꾸만 부딪히기도 했지만 말이다. 날씨와 함께 바닥이 변했다. 노래를 듣지 않아도 바닥 보는 재미에 운동하러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연두갈색, 노란황토고동색, 갈고동색 어찌나 색이 많은지 지금 이 순간에 아이들과 함께 보고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얌전하지 않게 누워있는 낙엽 옆에는 탁 소리가 났을 것만 같은 열매들이 떨어져 나 좀 봐라 하고 있었다. 너 좀 볼게, 잠시 멈춰 차마 줍지는 못하고 눈으로 열매 속을 쫓았다. 먹을 수 있는 건 누가 가져갔나보다. 잔잔하게 떨어진 동그라미들을 마주하다 시간을 보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올려진 고개로 그들이 보였다. 너어~? 꾸안꾸 했구나~? 아직은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새침 떠는 듯한 그들의 애씀을 나는 쉽게 넘겼다. 돌아서는 찰나에 공들인 그들의 시간이 보였다. 나는 가디건 하나 가져오지만 이 시간을 위해 저 나무는 얼마나 많은 영양분, 힘을 들였을까. 내가 쉬이 지나가려했던 그저 즐거워 하기만 했던 변화를 위해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아까의 마음이 사라졌다. 감사했다. 오늘의 모습으로 존재해 주어서 고맙다고. 꾸안꾸도 꾸인데 찰나이지만 깊숙이 몰라봐줘서 미안했다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꾸꾸가 되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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