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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을 고르는 시간

by 지니샘

내 차가 없다. 대신 걷거나 대중교통을 탄다.어디로든 가고 싶은 나는 어떻게든 간다. 타고 또 타고 넘고도 넘어서 말이다. 세상에는 대중교통으로 못 갈 곳이 없어서 어디든, 심지어 낭만적으로도 갈 수 있다. 그치만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라면 상황이 달라지기도 한다. 내가 운전석에 앉았다면 고르지도 나누지도 않았을 말을 지금 나는 한다. 언젠가 이 시간이 나에게 누군가와의 한 추억이자 그리워질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


자주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대중교통이 끊겼는데 꽤나 먼 곳에 있을 때가 있다. 택시를 타면 되지만 혹시나 싶어 사람들에게 물어 볼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경우. “저... 혹시 어디로 가시나요? 집이 어디쪽이세요?” (옆을 바라보며) “저... 너는 어디로 가?” 내가 묻는다. 평소 손과 발 다 쓰면서 목소리 크게 얘기 하는 나와는 조금 다르다. 조심스럽다. 이미 말을 꺼내기 전부터 누구에게 이야기를 할지 탐색 하고, 이전에 이 사람이 했던 이야기들을 생각하고, 반응까지 예상하며 무슨 말을 해야 자연스러울지 고르는 시간을 거쳤다. 말 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자세를 취 하면 좋을지까지 고심 했다. 때에 따라 평소처럼 온갖 제스처와 함께 유쾌하고 화통 한 척 하면서 말해야 될 때가 있고, 아무렇지 않게 이제 생각난 척하면서 말해야 할 때가 있고, 죄송합니다를 붙이면서 대화 사이에 끼어 들어야 할 때가 있다. 사실 내가 운전하고 다닐 때는 누구를 태워 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어렵고 귀찮은 일일 수 있기 때문에 말하는 시간 보다 말하기 전 시간이 더 길어 진다. 배려라기 보다는 당연히 부탁 하는 입장인 내가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혼자 힘으로 대부분 해내고 싶어 하는 나의 성격상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지만 점점 유들해 졌다. 대부분은 나를 태워 준다. 그것도 흔쾌히. 태워주지 않는다고 해서도 나쁠게 없다. 당연히 그럴 수 있는거니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누어준 모든 상대방에게 너무 감사해서 인류애까지 솟아나는 상황 덕에 나의 시간을 들여 말을 고르고 또 고른다.


“저... 너무 감사한데... 누가 데리러 와주시기로 해서 니번에는 못 탈 것 같아요. 마음 내어주셔서 감사헤요” 아까보다 더욱 조심스러운 내가 등장한다. 죄송함보다는 감사함이 더 크다. 먼저 제안해 주시는 분이 있다. 태워주고 싶다고. 내어준 호의와 마음을 거절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절대 절대 기분 나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훨씬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다 말을 꺼낸다. 일단 감사함이 제일 먼저에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어떻게 이 감사함을 다 표현하면서 제안을 미루면 좋을까 라는 고민이다.


“저...” 앞, 뒤로 말을 고른다. 나도 그러하듯 누구든 편치 않을 것이다. 작은 글자와 더 작은 점에 담긴 나의 마음은 일단 너무나도 감사해서 이 감사함이 다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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