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살이 쪘다. 운동도 하나도 안하면서 놀고 먹고 다닌 결과였다. 아지랑이 갔던 방학이 끝났기에 몸을 원상복구 시켜야 했다. 일상으로 돌아와 우선 마음을 먹었다. 내일 운동도 가고 채소 식단 식사를 해 보자고. 하나가 더 추가 되었는데 그건 어제 생겼다. 간헐적 단식. 16시간은 공복, 8시간은 식사 하는 시간을 유지 한다. 당장 실천에 앞 섰다.
운동을 못간 강박적인 마음에 정해둔 계획을 다음주부터 진짜로 실천 할까 싶었지만, 오늘 당장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미뤄둔 계획은 부실공사처럼 약하게 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어제 12시, 저녁 8시 시간에 맞게 오늘 일어나자마자 운동 갔다가 12시에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알람 시간 보다 눈이 빨리 떠져 놀랐다. 시작이 좋은데 라고 생각하며 일어나려는데.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거 다. 다시 눕고 싶을 만큼 에너지가 쭉 빠진 느낌이었다. 일단 배가 많이 아니지만 조금 당기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요근래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어 무슨 일인가 싶어 정도로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빨래를 하려고했기에 베개커버를 벗기고 침대시트를 빼는 데 그것도 힘든 거다. 세탁기 넣어놓고 다시 매트에 누웠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이 시작 했다. 내가 왜 이럴까. 어제 간헐적 단식을 시작 했다고 해서 먹지 않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바로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하는가.
유통기한이 임박 해 가는 우유가 있어 점심에는 고구마를 먹었었다. 우유와 고구마는 찰떡이니까. 채소도 필요할 것 같아 오이도 바로 씻어 하나를 먹었다. 운동도 가지 않고 하다 보니 길어지는 일들에 하염 없이 의자에만 앉아 노트북을 바라 보았다. 세 번째 강의를 들을 쯤에 얼른 저녁을 먹어야겠다 싶어서 엄마가 삶아 주신 문어숙회를 먹었다. 다 다리 4개 정도를 가위로 잘라서. 들기름의 코 꼭지가 먹다 보니 밥은 안 먹어도 될 거 같아 지나 갔다. 6시에 먹은 저녁, 그 이후로 계속해서 할 일을 이어 가다 보니 새벽 2시가 된 게 아닌가? 배고픔도, 다리 저림도, 모든 것을 잊고 간만에 일을 했다. 뿌듯하게 씻고 침대에 누우려는데 배가 빈 것이 느껴졌다. 비어있는 상태가 되었구나. 내일 12시에 채워 주마.
어제 먹은 것들을 따라가 보니 문어 때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탄수화물이 없어서, 그래 놓고 살아있는 것처럼 활동적이게 움직이지 않아서, 몸이 에너지 원과 에너지 활동을 원하고 있는 것인가? 문어로는 충분치 않았던 건가? 갑자기 한창 밥 안 먹고 다니던 대학생 시절, 아침만 되면 일어나서 활동할 때 어지러워서 ‘내가 혹시 기립성 저혈압’ 은 아닌가 라고 생각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나는 기립성 저혈압이 아니다. 그저 잘 굶고 다녀서 몸이 채워 달라고 말하고 있던 신호였다. 저녁은 어제를 보고 몸이 나에게 말했다. ’왜 하필 문어였던거야?‘
나의 냉장고에는 아빠와 엄마의 사랑이 가득한 식재료와 음식들이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