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맹수
발표하는 걸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자료룰 찾고 조합해 만들어 다른 이들 앞에서 보여주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이다. 하루내도록 새벽 아니 아침까지 꼴딱 새버리면서 준비할 때도 있지만 그것조차 행복하다. 내 열과 성을 다해 만드는 것도 너무 의미 가득하고 이걸 누군가에게 내가 내 언어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도 좋다! 어느 하나 싫은게 없는 과정이랄까. 발표 하다보면 그런 내 마음이 다 티가 난다. 웃었다가 진지했다가 온갖 표정이 다 나온다.
하기 전에는 긴장되는 척 한다. 척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진짜 긴장이 많이 되기 보다는 산뜻한 설렘으로 훅 하는 표정을 짓게 되기 때문이다.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나면 눈을 또렷하게 뜨게 된다. 두근 두근 기분 좋은 심박수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두 마디 하고 나면 다시 평온한 심장이 유지되는데 이걸 느끼면 한 번 힛하고 웃어버린다. 관련된 농담을 살짝 던지며 분위기를 풀며 한바탕 웃음으로 채운다. 재밌다. 그러고나서 다음 장을 넘어가면서는, 다시 눈을 딱 뜬다. 딱! 다시 돌아오는 시간. 전문성 가득한 척 쏼라쏼라 준비한 이야기를 전한다. 혼자 서서 밀고 당기고 밀당을 해댄다. 가슴에 손을 얹고 “이제까지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인다. 끝났다. 일단 끝났다는 거에 기쁨이, 쫑알 거리던 나와 열을 다해 준비하던 나에게 만족감이 퍼진다. 도파민이 도는 순간! 뒤 돌며 ‘아 또 하고 싶다!’ 하는 맹수가 들어찬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