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공포증

ㅇㅇ공포증

by 지니샘

꺄악! 거리에서 소리 지르는 나를 본다면? 그건 바로 내 주변에 비둘기가 있다는 뜻이다. 뒤뚱뒤뚱 우리가 지나는 거리 위를 걸어 다니는 비둘기가 너무너무 무섭다. 내 머리 위에 사람 한 명이 서 있다면 바로 비둘기 날아다니는 높이보다 높아질 것 같다. 하늘 저 높이 날아다니지 않고 겨우 우리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비둘기도 너무너무너무 무섭다. 쳐다보는 것도 무섭고 내 곁에 오는 것도 무섭고 주변에 있다는 생각도 무섭다. 이렇게 두려움이 크다 보니 만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소리 없이 욕하거나 몸을 움츠리거나 눈을 막거나 다른 길로 간다.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어릴 적부터 나는 닭을 무서워했다. 뭐가 무섭냐고? 깃털이 빛에 반사되어 윤기가 나는 게 멋지거나 화려하다고 보이기보다 만지기 싫고 두렵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저 깃털로 덮인 몸이 푹신하게 만져질 것 같다고 상상되는 것도 싫다. 상상하면 꼭 내 손에 만지고 있는 것처럼 촉감이 생생해지는데 내가 만든 상상이지만 너무나도 괴롭다. 나에게 그럴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발도 무섭다. 정확하게는 발에 있는 주름이 무섭다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희한하게도 닭발은 먹을 수 있지만 조류 그 자체의 신체로서 발은 보기도 싫고 만지기도 싫고 상상하기도 싫고 꼭 나를 공격하지 않더라도 아플 것만 같다. 빨려 들어갈 것처럼 복잡한 눈도 무섭다. 오랜 시간 나에게 머물지 않지만 잠깐 왔다 가는 그 시간이 싫고 반대로 오래 나를 쳐다보는 것도 소름 끼친다.


언제부터인지, 어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어릴 때는 더 심해서 닭, 비둘기 등의 조류가 그림이나 화면에 나오면 눈을 가리고 옆으로 빠르게 넘겼다. 그림을 만지지도 못했다.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점은 왜인지 조류를 생각하고 보고 만나면 나에게 다가올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되어 무섭다. 이에 생생하게 하나하나가 느껴져 싫은 점들이 도드라지는 것이다.


극복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무섭다. 극복하기 위해서 해 본 것은 없지만 이제 책에 그림으로 그려져 있으면 만질 수는 있다. 사진은 아직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준 덕분이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조류를 마주할 수 있을까?


하나하나 싫음을 나열하고 저주하듯 부정적인 느낌을 표현했지만 내가 느끼는 느낌이 무섭고 나와 관련되었을 때 싫다는 거지 조류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 그저 나에게서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나는 조류에게 어떤 존재일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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