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우리는 모두 만남 속에서 살아간다.
최미진. 나다. 나는 최미진 하나인걸까? 아니다. 헤러웨이는 우리 인간의 몸은 미생물이 모여서 만들어진 존재라고 하였다. 내 몸을 뜯어본다. 손가락, 피부 한 조각, 서로 만나 층층이 이룬 지층이 내 몸이다. 느끼는지도 모르게끔 움직이는 혈액 또한 그들간의 결합체다. 뿐만이 아니다. 오늘 처음 간 스피치 수업에서의 나, 차 타고 돌아오는 나, 집에 온 나, 도서관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본 나, 교수님이 보신 나, 도시락이 느낀 나, 신발이 맡게끔하는 향을 가진 나. 영혼이라고 부르는 나 또한 하나라고 할 수 없다. 키 160에 통통하게 살이 찐 나는, 주체가 무엇인지 객체가 무엇인지라고 할 수 없게 하나가 아니다. 존재가 만난 나다. 나는 만남으로 인해 존재한다.
키보드와 내 손톱 밑이 맞닿았다. 강도가 실린 만남은 타닥타닥 소리를 낸다. 소리 또한 이들과 파동, 내가 잘 모르는 과학적 원리의 만남이다.
하늘 위 구름은 공기 중 만남으로 이루어졌다. 만남이 존재를 우선한다.
만남은 우리를 행위하게 하고 사유하게 하고 존재하게 한다. 우리는 만난다. 만남은 우리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흔히들 부르는게 아니다. ALL, 만남으로 인한 모두의 우리다. 만남으로 얽히고 섥힌 우리다.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해서라도 인간과 비인간을 나누고 싶지 않고 주체와 객체를 만들고 싶지 않고 하나로 옭아져 있는 우리를 드러내고 싶다. 관계성을 만남으로 설명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만남에 의해, 만남으로써, 만나면서 관계한다.
우리가 만남 뒤 하나라는 사실을 알면 모든 것이 내가 된다. 나도 너도 이것도 저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 하나 하나가. 그럼 나의 삶은 어떨까? 어제와 다르다. 어제와 다른 만남을 이룬다. 만남이 전해준 오늘이자 내일, 그리고 어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