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관심사
“잘 살아라” 매일 보던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억 하고 눈물이 터져 나올 뻔했다. 차 안과 밖이라는 물리적으로는 떨어진 공간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해졌기 때문이다. 삐져나오려는 눈물을 무의식적으로 삼켰다. 그것보단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똑같은 손 흔듦이 네 번 정도 이루어질 때 차는 떠났다. 함께 할 땐 속박되는 것만 같아 혼자 있음을 상상하던 내 가슴 사이로 바람이 숭숭 지나갔다. 뚫려버린 마음이 채울 수 없이 헛헛하고 공허했다. 남은 자의 슬픔인가. 이런 걸 생각할 새도 없이 외로움과 죄송함, 나는 정말 나쁜 자식이라는 욕이 올라왔다. 엄마가 남긴 한 마디, 네 글자가 안 그래도 뚫린 내 가슴을 챙챙하고 뾰족하게 날아와 마음을 쑤셨다. 나라면, 나에 관한 것이라면 한없이 내어주시려고만 하는 엄마, 아빠께 난 무엇을 한 건가! 사랑으로 날 보살펴준 그들과의 이별이, 독립이 오랜만에 나를 많이 많이 슬프게 했다. 거울을 보며 한참을 슬퍼했다. ‘아빠, 엄마 고맙고 사랑해요’ 그저 남길 수밖에 없는 몇 마디를 적어놓고 하트 이모티콘을 붙였다. 갑자기 도서관에서 눈짓으로 내 마음을 알아주던 엄마가 떠올라 또 눈물이 차올랐다. 어디까지 울 거야. 내가 우는 것보다 잘 지내는 걸 더 좋아하시겠지! 또 한 번 삼켜낸 눈물이 마음에 자국으로 남았다. 흔적을 보며 나는 더욱더 엄마, 아빠의 사랑을 생각할 것이다. 감사하고 고맙고 사랑하는 우리 엄마, 아빠.
저번주 이사는 마쳤지만 또 한가득 짐이었다. 당연한 듯 아빠가 3시간 가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아빠 괜찮아요? “ 만을 외치는 나는 철이 없다. ”엄마 여기 놓으면 어떻게 해! “ 엄마와 나의 투닥투닥 잔소리 틈으로 아빠는 아무 말 없이 침대에 눕는다. 쿨쿨 피곤한 아빠가 자는 사이 엄마와 나는 ”누워만 있으면 어떻게 해! “ 똑같은 두 사람이 쌍발탄으로 내 꽂는 통에 우리 아빠 목소리를 들을 틈이 없다. ”맛있는 거 먹자 “ 아빠 말에 맛집을 검색하다 30분 넘게 걸리는 맛집을 제치고 20분 거리의 고깃집에 가기로 했다. 삼겹을 먹던 중 ”이제 우리 마지막이잖아 “ 하면서 아빠가 고기쌈을 싸주는 것이 아닌가? 이건 우리 집 뉴스에 나올 핫이슈다! 아빠의 고기쌈이라니! 그것도 나를 향한!! 그동안 내가 아빠께 받은 게 얼만데 쌈도 내가 싸드려야 맞는데 “아빠가 싸주니 더 맛있네” 하며 이번에도 넙죽 받아먹기만 했다. 안 챙겨 먹을까 바리바리 채소 장도 보고 ”뭐가 아깝니, 내 새끼한테 주는 건데 하나도 안 아깝지” 엄마와 아빠의 대화를 흘려들으며 또 사랑 듬뿍 집으로 돌아왔다. 쿨쿨 자고 일어나 더 자고 싶은데 밥 먹을 거라고 물 트는 엄마, 여섯 시부터 일어나서 유튜브 보는 아빠 덕분에 짜증 가득인 상태로 일어난 나. 벌떡 일어나 무언가를 하기는 했지만 북적북적 사람보다 고요함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빈자리도 모르면서. 밥 먹기 1분 전! 눈이 와서 신난 아빠가 바깥에 나가 눈을 보고 오는 사이에 도어록이 울기 시작했다. 삐용삐용 자꾸만 우는 통에 우리는 모두 신경이 곤두섰다. 건전지를 뺐다 꽂았다 아니 아빠는 내가 문을 돌리고 닫으라고 어제부터 말했는데 내 말을 안 듣고! 나의 쟁점은 이 부분으로 짜증을 팍팍 내는 통에 엄마랑 싸우고 아빠한테 불효를 저질렀다. “아빠 때문에!!!! 내가 할게!!!! “ 날카로운 말들이 밥 먹기 전 아빠 속을 긁어댔다. 어쩌려고 이러냐 내 말을 무시한 내가 폭주하는 동안 “도어록이 고장 날 때가 됐으니까 그런 걸 왜 아빠 탓으로 돌리는데!!!” 한층 더 소리 지르는 엄마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아빠는 말없이 밥만 드시고 엄마는 째려보고 나는 “엄마는!!! 엄마 때문에 더 그렇다!! 내가 언제 아빠 때문이라고 했는데!! 아빠한테 조심해 달라고 하는 거지!!” 후회할 말을 쏟아낸 내가 밥을 다 먹었을 때 도어록은 가만히 놔두니 진정되었다.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 마음들, 불효다 불효. “빨리 가자” 아빠가 간신히 한 마디를 했다. 아빠 마음이 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아빠 죄송해요. 제가 짜증 내면서 이야기하고 아빠한테 그런 거 너무 죄송해요” 아빠는 “아이 뭐~” 살짝 웃었지만 이미 무너진 마음을 나는 안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인가. 무엇보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알면서 왜 내... 하... 나를 원망한다. 내가 갈 학교까지 같이 걸어가 주는 내 하나뿐인 엄마, 아빠와 이제 다니게 될 학교를 걸으며 작은 무언가도 해드리지 못했다. ”나는 이제 문 안 열란다 “ 아빠의 뼈 있는 이야기가 오늘의 마지막이었다. 편의점 커피가 싸다며 좋아하던 아빠가, 원망 섞인 눈으로 보다가도 애정이 뿜뿜 하는 엄마가 가셨다.
200km 넘는 거리로 우린 떨어져 있다. 50cm 도 안 되는 곳에서 매 저녁마다 함께하던 가족들에게서 독립한 나는 철부지고 파렴치하고 그리고 외롭다. 하지만 엄마의 잘 살라는 말처럼 잘 살기 위해 외로움을 조금 메워본다. 아빠와 엄마의 차고 넘치는 사랑으로 못난 내 구석을 조금씩 채우고 기워 살아가본다. 잘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