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방학 동안 살이 많이 쪘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맛난 걸 먹으러 다니며 입을 향유했던 덕분이다. 집에 있을 때도 매 끼니마다 정성 들여 사랑을 챙겨주시는 어머니 덕분에 집에서도 끊임없이 먹었다. 몸이 무거운 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내가 하는 말은 “저 이제 3월에 올라가면 다이어트하려고요” 혼자 살면서 내 건 야심 찬 목표다. 혼자 있으면 나에게 딱 맞춰져 있으니 자취 루틴을 건강하게 잘 활용해서 다이어트할 심산이었다. 3월은 좀 바짝 해서 살을 많이 빼놓고 이후부터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풀어가려는 내 딴에 세심한 계획도 있었다.
혼자 생활이 시작되었고 나는 운동을 가고 엄마가 추천해 주신 레몬수, 소금물도 꾸준히 마시고 있다. 레몬수와 소금물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건만 알지 못한 채로 마신다. 3월에 말라 인간이 돼보고 싶은 나의 욕심은 화를 불러일으켰다. 갑자기 번쩍 디톡스가 생각났다. 다른 근무지에 있을 때 선생님 한 분이 클렌징 디톡스(?)를 하셨다. 일주일 동안 정해진 것을 먹고 거의 먹지 않은 상태로 이제까지 내 몸에 있는 것을 빼낸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선생님 안 드셔도 괜찮아요?” 하고 걱정했지만 지금은 ‘옳거니! 이거다! 일단 몸을 비우자!’ 나에게 적용되어 나를 걱정하기는커녕 디톡스 후 가벼워질 내 몸만 떠올렸다. 어떤 디톡스를 할까 찾아보다 레몬수 디톡스를 찾았다. 그것도 3일 레몬수 디톡스! 3일 동안 레몬수만 먹고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레몬은 비타민이 있으니까 몸에도 좋고!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해 버린 나는 수, 목, 금을 디톡스 일정으로 정했다.
수요일, 디톡스를 시작했다. 아침에 레몬수를 좀 과하게 넣어 너무 시었기 때문에 농도를 조정한다고 했지만, 집이 아닌 바깥에서 마실 때는 따로 담아갈 병이 없어 농도를 짙은 채로 타가서 물을 부어가며 마셨다. 배가 고픈걸 레몬수가 달래주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못할 건 아니었다. ‘오케이 이거다!‘ 혼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운동을 하러 갔다. 고민을 했다. 힘을 내게 하는 밥을 먹지 않으니 운동을 살살할까? 그렇지만 살살하다가 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하기 싫어질까 봐 원래대로 운동했다. 운동을 잘 끝내고 헬스장 문을 열고 바깥세상으로 나가는데 휘청! 갑자기 몸에 힘이 쫙 빠진다. 집까지 걸어가면서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걸 느꼈다. 안 되겠다. 어머 아무것도 안 먹는 건 안되나 보다. 집에서 호박즙이라도 먹어야지, 집에 가자마자 호박즙과 약간의 채소를 먹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을 정리하려 문을 여는데! 갑자기 구토가 밀려왔다.
자기 전까지 지옥을 경험했다. 끝없는 구토에 메스꺼움,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로 들어와 “철수!” 오늘은 일찍 문을 닫았다.
레몬이 산성분이 있는데 농도 짙게 그것만 먹어대다 보니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오늘 첫날인데, 실패다. 있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그러지 못한 내가 웃기고 바보 같았다. 고생을 해봐야 안다고, 레몬수 디톡스는 이제 안녕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대학교 때는 밥을 먹지 않으면 먹지 않는 만큼 살이 빠지고 있다는 체감이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절대 아니다. 그렇게 하면 아프다. 소주 다이어트라며 맥주나 막걸리 대신 소주를 먹고 안주를 조금씩 먹던 단순무식한 방법은 이제 생각도 하지 않고 해도 다이어트가 아니라 골로 갈 것이란 걸 안다. ‘너 원래 그랬잖아!’ 변해버린 몸에 배신감을 느끼지만, 건강한 다이어트를 해야 함을 느낀다. 먹을 건 먹고 뺄 건 빼고! 적당한 운동과 조절된 식단! 정제된 단어가 주는 고리타분이 있지만 이게 최고다. 수 쓰지 말고 꾸준히 운동이나 가고 채소 식단을 요리해서 먹어야겠다. 고생 끝에는 낙이 있다고, 새로운 목표가 생겨 오히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