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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

호칭

by 지니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이름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면 모두 가져야 하는 당연지사로 여겨지지만, 살아서도 죽어서도 존재인 나에게는 크다. 나에게만 그렇다기보다 모두에게 그럴 것이다. 세월이 덧없고 삶이란 게 별 특별할 것도 다를 것도 없다지만, 나 스스로가 부르는 내 이름의 온도가 얼마나 따뜻할지, 어떻게 불릴지, 누군가의 기억에 남겨진 파임이 어떨지 나와 세상, 존재를 생각하는 나에게 부름과 불려짐이 커다랗다. 작게 적어낸 이름에, 나를 부르는 호칭에 내가 들어가 몸집을 불리고 또 마르게 한다. 그거 하나 들고 나는 사나 죽으나 존재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만큼 내 이름이 들어가면 들뜬다. 스스로의 인정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아무리 말해도 불려짐에 가슴이 더 빠르게 뛰어버린다. 현상을 유지하거나 더 나아가려고 가뿐히 시동을 건다. 나에게도 이만큼 좋은걸 나도 불러야겠다 다짐한다. 다른 이의 이름을 넣어, 호칭을 통해 이 좋은 걸 나누어야겠다고 결심한다. 내 이름이 있어서 다행이다, 나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모든 존재가 느낄 수 있도록 부른다.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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