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감정
“얼굴이 폈다”
들은 적은 없었는데 들을 법한 말이었다. 두 달 만에 난 언니가 보자마자 말했다. 기분이 좋아야 할 것 같은 데 크게 기분 변화가 없었다. 숨긴다고 생겼던 지난날에 내가 숨겨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렴 지금은 꽃도 피고 나도 폈다. 근황을 나누다 문득 그 전에 나를 되새겼다.
“만나는 순간 잠깐 행복해 했다가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것 같았어”
몰랐다 힘들지만 잘 참아 내고 버텨 내고 하는 줄 알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볼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힘들지 않았다고 하는 자체가 내 자존심인 지도 모른다. 그 정도는 이겨낼 수 있다는 나의 쓸데없는 부심. 하지만 나도 금세 인정했다. 키워드에 위에 올린 손을 누르는 일 보다 눈빛들이 나를 자꾸만 힘 주게 했다. 이쪽저쪽 다 잘 막아 내고 있다고 한 건 그러고 싶었고 그러지 않으면 해내고 싶은 것들을 못 해낼 것 같았다. 지나고 보면 강도도 느껴지지 않는 감정이지만 다시 한 번 그때의 나를 어루만졌다. 언니들을 만나고 웃고 떠들고 그 시간 동안 충분히 당시에 힘듦을 상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국이 얼굴에 남아 있을줄이야. 펄펄 다리미가 내뿜는 열에 옷이 스윽 지나가듯 뻘뻘 흐르던 시간과 충분히 열을 느끼며 하나씩 움직이며 지금의 나까지 왔다.
“지금이 봄이네 봄”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여전히 정신 없는 일상에도 하나씩 고개를 드는 꽃처럼 나는 또 느끼고 움직인다. 내가 어떤지, 내 마음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하나씩 더 살피며 거울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