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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투명하다

by 지니샘

<어?>(그림책_최미진)

앞과 뒤가 있다. 사람도 앞과 뒤가 있고, 문도 앞과 뒤가 있다. 앞과 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과 뒤가 있다. 이분법적으로 앞, 뒤를 나누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앞과 뒤를 우리는 앞과 뒤가 같니 다르니 하며 닮음을 운운한다. 여기서 말하는 닮음은 앞과 앞 아닌 뒤로 나누어지는 앞에 대한 닮음이 될 수도 있고, 뒤와 뒤 아닌 앞으로 나누어지는 뒤에 대한 닮음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참 많이 만들어 내어 두었다. 앞과 뒤가 있고, 같으니 다르다니 하는 말들은 사람의 특징과도 연관되어진다. 앞과 뒤가 다른 사람, 뒤와 앞이 같은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그렇게 믿는다. 이또한 우리가 만들어낸 말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솔직함을 추구한다. 관계에 있어서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모두가 솔직했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은 없을 것이고, 있다면 너무 힘들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백번 정도 들으며 나는 솔직하고 싶어하고, 솔직하게 살아가고, 솔직한 것들을 좋아한다. 언어의 허상일 뿐이지만 앞과 뒤는 이 솔직함이라는 말과도 연결되어 자신의 이야기가 솔직한 사람을 보면 앞과 뒤가 같다, 좀 꾸며냈을 것 같다 싶은 사람을 보면 앞과 뒤가 다르다고 한다.


투명함의 성질을 짚어보다 앞과 뒤, 솔직함이 토돌하게 잡혔다. 투명한 무언가는 나를 비추지만 내 마음까지 밝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투명하다고 해서 내가 까발리게 솔직하다고 말할 수 없으니. 나를 투명하게 하는, 너를 투명하게 하는,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세상을 투명화시키는 생각들을 이어가다 그림책을 쓰고 싶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사람들을 보고 투명함을 찾고 싶었다. 자신의 투명함을 비추어 본 아이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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