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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여백

by 지니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봄이 왔다고 보일러를 켜지 않고 있다가 너무 추워서 이불에 들어간 탓이었다. 앞에 노트북을 펼쳐두고 배고프다는 핑계로 숏츠만 한참을 보았다. 끝내고 싶지 않은 손가락이 자꾸만 다음, 다음을 찾았다. 이렇게 쉰 만큼 열심히 할 거라 생각하고 드디어 충전을 시켰다. 침대로 돌아와 할 일을 시작했다. 오늘 새벽 늦게 자더라도 이건하고 자려고 했다. 진짜 그랬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잘 되어도 할까 말까 하는 의지를 가진 나에게 자꾸만 오류 걸렸다는 화면이 뜬다. 그래도 해야지. 새로고침을 눌리고 다시 살펴보다 또 하나를 작동시켰다. 그랬는데, 기다리는 사이에 잠깐 엎드렸을 뿐인데. 뭔가 깜짝 놀랄 일이라 일어났다. 불도 켜지고 노트북도 켜지고 마우스도 켜지고 모두가 나를 밝히고 있었다. 시간은 6시. 6시? 눈이 동그래졌지만 노트북에게 베개를 내어주고 불편하게 자는 내가 더 눈에 들어왔다. 편하게 조금만 더 자자. 오로지 지금의 나만 생각한 내가 노트북과 마우스를 챙겨 내리고 누웠다. 알람은 야무지게 맞추었다. 8시간 만에 불이 꺼졌다. 다시 언제 켜지려나. 알람이 울리고 시간을 살폈다. 6시 40분, 30분 정도 잤네. 불편하게 잔 건 잤다고 포함하지 않는 내가 지금은 웃기지만 그때는 진지했다. 조금만 더 잘까, 무슨 생각이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저 잤다. 자고 또 자고 합리화하고 또 하고. 일어났다. 우와. 많이 잤다. 개운한 몸으로 짧게 후회했다. 오늘 아침 운동 못 가면 운동 갈 시간 없는데. 정신과 다르게 개운한 몸이 잘 잤다를 외쳤다. 놓쳐버린 시간을 내버려 두고 일단 이어지는 하루를 시작했다. 한 달 만에 정신이 빠져 여백을 만들어낸 나의 아침이었다. 오늘을 반면교사 삼아 정신 차려야겠다. 6시에 일어났으면 일어나고! 할 일은 오늘 하고! 해결방법도 찾고! 달콤하게 쉰, 사실은 쉬겠다! 한 건 아니라 뒤에 쌉쌀한 맛이 나지만 충전한 체력으로 가야겠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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