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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030 나의 생각은 얼마나 굴절되는가

를 알아보는 실험

by 지니샘

우당탕탕 전화를 끝내고 맛있는 향기에 킁킁 거렸다. 터벅터벅 발걸음이 가벼운듯 무겁다. 두리번 혹시 아까처럼 죽은 무언가의 모습을 보지는 않을까 두려워 하지만 모순적으로 찾는 마냥 시선을 둘렀다. 혹시나 싶어 자꾸만 깜짝 놀란다. 나 보란듯 생겨난게 아닌 수풀에게도 놀라고 쌓여버린 그림자를 보고도. 이상하게 에어팟을 끼면 차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것 같다. 떠오르는 생각을 남기려다 휴대폰만 보고 걷는 내가 웃기다. 길을 건넜는데 또 다시 마주하게 될까 발걸음이 느려진다. 징그럽고 보기 싫은 마음보다 그를 진정으로 애도하지 못할 내가 보여 이전 길로 가기 싫다. 여기는 더 깜깜한 것 같음을 확인하고 달빛을 따라 걷는다. 이렇게 주변 모른채 걷다가 그런 모습을 발견할까봐 스멀 스멀 두려움이 뻗힌다. 여기는 건너보다 사람들이 더 잘 걷지 않는 길임리 자라난 풀들에게서 보인다. 집에 가면 무언가를 먹어야 할까, 먹지 않아야 할텐데 괜히 참다가 나중에 더 자극할까봐 브로콜리라도 데칠까 고민한다. 답이 없다. 안먹었다가 새벽에 먹방만 보고 있으면 큰일이다. 오늘 하나는 다 해야 하는데! 한창 봄에 깨어나려 애쓰고 있는 앙상한 나무 틈으로 달을 만난다. 달 아래에는 이렇게나 빛나고 있지만 사람들은 아니 나는 달빛을 갈구한다. 스페인에서 만난 도시를 비추던 동그란 달빛이 내 머리를 적신다. 곧 달과 같은 하늘 위에서 나는 소리에 묻혔지만. 이 잠깐 사이에 새롭게 알게 되어 죄송한 일이 생겼다. 난 몰라서 그랬는데 내가 알고 있던게 아니었다. 옛이름에 당황하셨을 생각에 입에서 신 맛이 감돈다. 아까 먹은 한라봉의 신 정도다. 왜 이 흐름에서 맛이 올라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속도를 올린다. 애써 피해 왔으면서 또 눈을 돌려 굳이 찾는다. 저기가 버스 내리는 곳인가. 저기서 건너야 하네. 숨을 들이쉰다. 머리에서 나는 달콤함이 배를 채워주는 것 같다. 여기가 아니다. 그럼 되었다. 혹시나 그래도 마주친다면 그것은 운명이다. 긁적임이 불러온 긁히는 감각에 집중한다. 길이 더 지저분해졌다. 휴대폰을 치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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