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서 가능한 일
지금 성실한 사회인이 되기 전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했었다. 대학시절 알바를 했던 이야기다. 나는 알바를 다양하게 많이 했었는데 그중에 가장 오래 했던 알바가 이디야 카페 알바였다. 로망이지 않은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하며 싱긋 웃는 알바생. 그 사람이 내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디야에 지원했다. 나는 월요일, 화요일 마감 시간을 책임지는 사회인이 되었다.
테이블에 앉기만 하던 손님에서 알바생으로 바에 들어갔다. 음료를 제조하고 디저트를 준비하는 곳을 바라고 불렀는데 처음에 들어갈 때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고 낯선 곳이 일상이 될 생각에 너무 즐거웠었다. 즐거움과는 대비되게 나는 일을 못했다. 벽에 레시피가 붙어 있었지만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레시피를 다 외워서 음료를 만들어야 했다. 매니저님이 주마다 기습적으로 음료를 물어보며 확인했는데 잘 못 외웠다. 화요일날 알바가 끝나고 다음 월요일이 되면 알았던 레시피도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레시피는 어려웠고 음료의 종류는 많았다. 지금 생각할 때 원리를 깨우치면 바로 알 수 있는데 그때는 이걸 외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더 힘들게 다가왔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레시피대로 음료를 만드는데 출근 첫날, 초코 펌프를 짜다가 반짝 머리에 불이 켜졌다. “근데 초코 펌프 레시피보다 많이 넣으면 더 맛있는 거 아니야?” 솔직하게 말하면 진짜 손님의 입장에서 한 소리였다. 내가 손님일 때가 더 많았으니까 더 많이 넣어주면 더 맛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나에게 머물렀다.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 와 웃음으로 내 말을 다했다. 약간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라는 말이었다. 해맑았던 나는 매니저님한테도 “매니저님! 음료가 맛있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랬다. 하하. 처음이라서 가능하지 않을까? 순수한 나의 말에 매니저님은 나에게 사회를 알려주셨다. “맛만 있으면 되지 않나”라고 뭐 모르게 말하던 내 목소리가 가끔 내 귓가를 스친다. 레시피 보다 맛있는 음료를 만들 자신이 없어진 나에게 가끔 말을 걸어온다. 그럼 나는 대답한다. “아니 무슨 저런 소리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