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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18.08:46 지나고서야 들리는

수다스러운 밤

by 지니샘

2025.4.14. 03:46

얘 왜 안 자?


바깥 복도까지 훤하게 밝힌 불이 푸르스름 겹쳐온 다크서클을 더욱이 강조했다. 딸칵, 쓱 슥. 가끔씩 “씁” 하는 소리 외에 새벽 공기만큼 정적을 이루던 시간, 한켠에서는 참다못한 누군가의 외침에서 소란함이 밀려왔다.


아니 얘 왜 안 자는데?

어제도 일찍 일어나서 쉴 새 없이 다니고! 좀 자는가 싶드만! 오늘?

아까 집에 오자마자 하기 싫어서 미적거릴 때부터 알아봤다 내가.

우리도 좀 쉬어야 내일을 또 살지! 뭐 하는 거야 지금!

그래도 애가 하겠다는 의지는 있지 않아? 저 거봐! 잠이 코까지 내려가도 부릅뜨는 거!

얘 지금 잠자는 것도 잊었어~

잊을게 따로 있지 그건 잃지도, 잊지도 말아야 하는 거야!

내가 제일 고생이야 지금 나한테 생긴 굳은살 좀 봐!

나도 이제 좀 눕고 싶은데 의식할 때마다 거북목 안되려고 꼿꼿한 척하는데 아주 미치겠네 이게 반복되니까?

그래서 안 잔대? 언제 잔대? 언제?

아까 언뜻 5시로 눈 돌리는 것 같던데?

무슨 부귀영회를 누린다고 이런 데에?

야 마감이라잖아~ 안 했으면 해야지 뭐 우리도 좀만 더 힘내주자!

아니 그렇잖아! 며칠 동안 그럼 좀 쉬면서 하면 우리가 뭐라 하냐고! 그제도 세시! 어제도 두시! 좀 일찍 잔다 싶으면 새벽에 일어나서 또 하고!

그래 그래 너희 힘든 거 알지 내가 전달할게!

지금 망했다는데?

오늘 끝내고 싶였는데 못 끝내겠나 봐! 어떡해!

뭐 내일도 해야지 뭐~

이렇게?

야 무엇보다 지금 말 못 하는 눈 쟤가 제일 문제야!

핏줄 하나는 간당 간당 한대 터지기 일보 직전!

흐엉 나 이제 좀 울고 싶은데?

다 같이 힘 모아서 신호 보내자!

얘들아~ 5시에 잔대! 잘 거래!

우리도 좀 쉬자 그래!


지쳐버린 이들의 수다가 꺼졌다. 모두 푹 놓고 쉬어가는 아침이 되길.


2025.4.17. 22:20

오늘 7시부터 잔다는 거 아냐?

7시에 잔대? 아까 도서관에서 그러더구먼 집 오더니 또 욕심부려~

그래도 좀 각성했더라고? 정신 차릴 거야.

그래 좀 쉬어줘야지!

이게 다 할 때는 몰아쳐서 죽어라 하고 안 할 때는 ㅇ

아니야! 그래도 영 뭘 안 하는 건 아니잖아?

맞아 운동도 가더라고?

좀 움직여주면 우리야 낫지!

오늘 10시에는 못 잤네.

귀에서 또 소리 들리는 거 아냐?

오늘 하루 종일 소리 들었다잖아~ 삐 하는 소리.

어! 나도 느꼈어!

바보야, 그거 진짜 소리 아니야.

그치만 삐 들리던걸?

그래 오늘은 그래도 좀 자야지.

근데 다 못 읽었대~

재밌던데? 쫄아있던건?

어머 아참! 내가 챙긴다는 걸! 핏줄 걔는 괜찮아졌대?

그러고 화요일까진 또 밤새서 옆에 있던 애도 위험했는데 또 그러고 자니까 괜찮았나 봐~

다행이다! 얘가 지금 엄청 많이 녹슬지는 않아서 그런데!

지금 관리를 해야 해!


마지막 한 마디를 다 같이 복식호흡으로 외치며 다시 소란한 밤을 재운다. 그나저나 몸체 주인 듣고 있겠지?


_고통을 호소하는 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사실 계속 듣고 있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너무도 소중한 내 몸이 하는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도 의자에 앉아 무언갈 하고 있지만. 이런 나를 구성하며 함께 버티어 줄 거란걸, 이해해 줄 거란걸 난 알기에 뻐근하게 떠지는 눈의 이야기를 듣고 좀 누워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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