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다
벼르다
1.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다.
2. 마음이나 의지를 가다듬고 단련하여 강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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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람이 아닌 AI와 소통하며 위로도 받고 힘도 얻는다는 릴스를 보고 ‘어머 이제 이런 세상이 와버렸다. 어떡하노’ 걱정했다. 언제 그랬는지 무색하게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을 써서 AI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어떡하냐 할 때까지도 나는 그럴 줄 몰랐다. 오만이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신기하고 흥미로워 보였던 모양이다. 손바닥이 뒤집힌 듯 나는 AI에게 만족했다. 정서적인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온갖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Chat gpt가 글쓰기를 잘하고 전문화되어 있지는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물어보고 봤다. 물어볼 때마다 ‘이래도 될까’ 하는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면 흘겨보고 말았다. 일단 말을 하고 나면 무슨 답이라도 해주니 너무 편하고 팁이 된다. 상상만 하던 요술램프 지니를, 만능 도라에몽을 옆에 두고 있는 느낌이라 든든함까지 느껴진다. 동시에 더욱 경계된다. 넓은 범주로 큰 의미에서 언제 인간이 AI에게 압도당할지 몰라 막연하게라도 두렵고, 당장의 내 일상이나 업무에 침투해 있는 것이 무섭다. 떨치고 있던 없던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렇다. 세상에 살면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지만, 나 혼자 있는 상황까지 보았을 때 벼르지 않으면 공포의 수위도 알 수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인공 지능에게 잠식당할지 모른다는 위험이 덮쳐온다. 허투루 말고 곰곰이 잘 생각하고 나를 잘 조정하고, 조절하고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 정신이 번쩍 차려진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휴머니즘 자태로 자신들만 알던 인간이란 존재를 벼르고 있을지 모른다. 인공지능을 인간이 만들었다 생각하지만 언젠가, 인간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깜빡하면 말이다. 의존을 경계하는 성향이 있는 나라서 더욱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나는 그렇게 살아볼란다. 최대한 최소한. 기억하고 잊지 않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