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세상
무엇을 보고 사는가? 어떻게 보는가? 당신의 세상이 궁금하다.
죽었다 깨어나도 가질 수 없는 타인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그가 그린 그림! 시선뿐 아니라 온 감각을 함께 느낄 수 있기도 하다. 그의 손을 통해서 말이다. 스윽 스윽. 자신만의 세상을 손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건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 가질 수 없는 나를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 그림을 업으로 하거나 취미로 캔버스를 내 세상으로 채워나가는 사람이 부럽다.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하게 보여주고픈 나는 내가 보고 느낀 시선을 온전히 담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술과 친구를 보면 “야 너 진짜 멋지다!” 매번 말해준다.
“이해가 쏙쏙 되네요” 흐뭇한 미소와 함께 겸손에 몸둘바 모른다. 나는 발표하는걸 좋아한다. 특히 ppt로 하는 발표! 전하고픈 주제를 정하고 나면 전해받는 사람들을 상상한다. 고개 들어 나를 보며 ‘아 이런 이야기 하구나’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이들이 쉽게 받아먹으면서 재미를 느끼는게 뭘까 고민에 빠진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이렇게 글쓰기를 하는 중에도, 샤워를 하다가도, 딱 이 주제에는 어떤 스타일, 어떠한 컨셉으로 사람들에게 주면 좋을지 머릿 속에서 요렇게 조렇게 피팅해 본다. 일상의 시간에 생각 하나가 침투해 방해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즐겁다. 그림책을 읽듯이 할까, 다 데리고 같이 여행을 떠나볼까, 집 소개를 해줘볼까. 주제에 맞는 흐름을 찾는 과정이 나에게는 놀이다. 가만히 앉아서 아이디어를 찾는 것보다 움직이고 무언가를 하다보면 띵동 하고 재미가 찾아온다. 그럼 문을 여는 내 표정이 아주 싱글벙글한다. 이 순간부터는 어디에 있던 빨리 가서 만들고 싶어 진다. 내가 구현해내는 내 세상이 한시라도 빠르게 보고 싶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다 보면 하루가 꼬박 간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설레임에 사로잡힌다. 발표날 내가 만든 내 세상을 보여줄 생각에. 나만의 방식으로 전할 생각에!
방법이 많다. 세상이 넓은만큼 다양한 세상이, 시선이 구현된다. 세상을, 시선을 구현한다. 내걸 보여주기 위해 뽀짝거리는 것도, 내 것이 아닌걸 보기 위해 힐끔거리고, 대놓고 떡하니 보는 것도 너무 좋다. 이렇게 우리의 세상이 얽혀 가는 세상을 만나는게 바로 삶이다.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