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화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남편이 말하기를 나는 자주 화를 낸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뭐 그렇게까지 정의로운 사람인가 싶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과 맞지 않다고 생각이 들면 그렇게 노여울 수가 없다. 변호사 업무 특히 송무를 하면서 유독 더 그런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목소리 큰 사람의 주장이 더 먹히는 것이 정설일까? 화를 내면서 이야기를 해야 설득력이 있는 것인가? 그런데 화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화 상대방은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극히 받는다.
화를 내지 않고 상대방 주장에 반박하려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하다가 들은 상대방의 의견 중 하나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 때도 자주 있다. 그런 것을 보면 말을 어떤 어조로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설득력 있는 논거를 내세우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다.
변호사 업무 특히 소송 업무를 하다 보면 내 주장, 입장을 정립해야 할 일이 많다. 어쨌든 변호사로서 솔루션을 의뢰인에게 제시하고 업무의 방향성을 갖고 이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 말이 정답일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여러 근거를 바탕으로 검토했을 때 A 안이 타당하다는 의견 제시를 하는 것이 이 업무의 특성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의견을 낼 때 항상 그 근거를 찾게 된다.
그런데 나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을 때 가끔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내 의견이 무엇보다 타당하다고 생각될 때 말이다. 이런 면이 일상에서도 드러난다. 가족들과 이야기할 때도 말이다. 이때는 특히 감정까지 개입될 때도 있다.
하지만 각자의 입장 차이는 분명히 있다.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악한 사람은 없고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도 없다. 다들 남을 도와주려 하고 함께 행복해질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다만 그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나의 의견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싸울 것이 아니라 한 발짝 뒤로 물러설 필요도 있다. 그렇게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그 상황을 지켜보면 또 그렇게 화가 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소송 업무를 하면서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더 터프해진 것 같다. 무엇보다 인생의 꽃인 40대이지 않는가. 좀 더 과감한 결단과 저돌적인 주장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싶은 욕망이 내게 있는 것 같다. 그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주변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