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이 맛있다는 아빠의 말 한마디
아빠는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을 하셨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내가 결혼한 이후 즉시 사무실을 접으셨다. 나에게 다소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내심 아빠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빠의 직업 특성상 스스로 은퇴를 하지 않는 한 그만 둘 이유도 없어 보이긴 했다. 그리고 집에만 있는 아빠의 모습이 그려지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아빠는 은퇴를 선언했고, 상당한 손해를 보시면서까지 사무실을 접어버렸다. 그리고 집에서 칩거생활을 시작했다. 마치 히키코모리처럼 말이다. 내가 대학생 때 공부도 안 하고 집에만 있으면서 늘어져 있던 모습처럼 아빠는 아빠의 아방궁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으셨다.
아빠는 평소 자신의 생각을 좀처럼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 자식들, 아내로부터 자신의 생각을 이해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닫아버린 것인가 싶기도 하다. 아빠는 그저 결정만 내릴 뿐 자신의 사고 흐름을 공유하지 않으셨다. 아마도 직업적 특성상 그런 성향이 강화된 것도 같다.
아빠의 은퇴 결정에 대해서 어떠한 이유도 들을 수 없었다. 그저 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추측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아빠가 은퇴를 하겠다고 해버리니 가족들도 뭐라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은퇴를 했어도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운동을 하거나 그간 끊겼던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행을 가지도 않았다. 오히려 사회적 교류를 모두 차단해 버렸다. 알코올의 노예로 살고자 결심한 것만 같았다.
그래도 아빠는 워낙 모범생처럼 삶을 살았던 터라 식사시간은 일정했다. 12시 무렵이 되면 일정하게 식탁에서 식사를 하셨다. 아빠의 느닷없는 은퇴선언에 뿔이 나있던 엄마는 아빠의 점심까지 챙겨줄 수 없다며 투덜거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빠는 점심에 편의점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아빠 스스로도 노후가 걱정되었나 보다.
하루는 나도 안 먹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아빠가 안타까워 아빠에게 물었다. 다 식어빠진 음식이 맛있냐고 말이다. 아빠는 맛있다고 했다. 아빠도 갑자기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 긴장하여 스스로 생활비를 줄여보고자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자 했던 것 같다. 아빠의 그런 행동들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는 걱정스러운 노후생활을 몇 년 보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빠에게 노후는 오지 않았다. 일찍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를 뒤로하고 스스로를 지켜야 내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개미처럼 일한 세월만 있었을 뿐이다.
무엇이 그리 아빠를 힘들게 했을까. 무엇을 위해 빛나는 현재를 그토록 희생했을까. 편의점 도시락을 보면 아빠가 생각하는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