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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위해 돈을 버는 일이란?

최소한 얼마를 벌어야 생존이 가능할까?

by 김정은 변호사

10년 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개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 일정한 금액이 내 통장에 들어오는 일은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월급생활은 고작 내 삶의 1/4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순간이지만, 난 이미 그 월급생활에 젖어들었다. 통장에 매달 단 한 번도 늦은 적 없이 몇 백만 원이 들어오는 일은 나에게 그렇게 기쁨을 주는 일도 아닌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당연했던 월급은 나의 퇴사로 더 이상 당연해지지 않은 것이 되어 버린다.


진지하게 개업을 고민할 때, 조직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걱정, 공포심이 있었다. 퇴사를 하면, 은행에서 막바로 전화가 와서 나의 신용대출 만기를 알리며 대출금 상환할 것을 독촉하거나 신용카드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등의 상황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상상이 되었다. 사실 나의 대부분의 생활은 조직생활이었기에 조직의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사실만으로 나에게 두려움을 주었다. 학교, 회사가 나에게 어떤 안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막연하게 나를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퇴사하는 순간 나는 허허벌판에 내던져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순간 걱정이 휘몰아쳤다.


퇴사를 하고 싶으면서도 이런 막연한 걱정들에 휩싸여서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가족들이 보면서 안타까워했다. 부모님은 내심 안전한 조직에 계속 있기를 바라셨기에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더욱 속상해하셨다. 그런데 남편은 나에게 용기를 줬고, 응원을 해줬다. 그런 남편의 용기에 힘입어 나는 또 다른 도전을 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육아 휴직 기간 동안 적은 금액으로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나의 씀씀이는 줄어들었다. 그때 쇼핑을 자제하고, 절약하는 습관을 들인 덕에 더 이상 월급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게끔 연습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돈은 우리 삶에 필요한 수단이지만, 돈 때문에 나의 삶이 좌지우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월급이 없으면 당장 사지에 몰릴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냉철하게 나의 생활을 되짚어 보면, 월급이 없어도 생활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내가 원하지 않은 길을 억지로 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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