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평가로 남지만, 태도는 기억으로 남는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결혼식장에서의 웃음과 대화가 아직 잔상으로 남아 있었지만, 토요일 아침부터 서둘러서 그런지 에너지는 바닥이었다. 그 때 전화가 울렸다. 오늘 결혼식을 올린 직원이었다.
“팀장님,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전화였다. 결혼식 당일이 얼마나 정신없는 날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하객을 맞이하고, 일정에 쫓기고, 모든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간이다. 그 와중에 팀장에게 전화를 건다는 건, 단순한 예의 이상의 진심어린 마음이 담겨 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느껴졌다.
‘아, 내가 참 결이 고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있구나.’
결혼식장에서 나는 신부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동료의 중요한 날이었고, 그 가족에게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팀장으로서,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태도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 직원은 그 찰나의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팀장님, 부모님께 따로 인사해 주셔서 감사해요. 부모님도 무척 기뻐하셨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했던 행동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남을 ‘기억’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의 작은 친절이 상대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기분 좋은 조각으로 끼워 맞춰진 셈이다.
조직 안에서 우리는 종종 결과와 성과로 관계를 평가한다. 누가 일을 잘하는지, 누가 책임감이 있는지, 누가 성과를 내는지. 물론 중요한 기준이다. 하지만 관계를 오래 유지하게 만드는 진정한 동력은 다른 곳에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교환 이론(Social Exchange Theory)으로 설명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계약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적 교환’ 속에서 형성된다는 개념이다. 누군가의 작은 배려, 예상하지 못한 감사, 사소한 관심이 쌓이면서 견고한 신뢰가 만들어진다. 오늘 그 전화 한 통이 바로 그런 상호적인 신뢰의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당연함’ 속에 머문다. 팀장이니까 참석하는 것, 함께 일하니까 축하하는 것, 예의상 인사하는 것. 모든 것이 당연한 관례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나에게는 일상적인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나에게는 짧은 인사가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인상으로 남는다. 우리는 서로의 당연함 속에서 예기치 못한 감동을 발견하곤 한다.
오늘 결혼식장에서 만난 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그건 단순히 외적인 모습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 주고받는 따뜻한 마음이 그 사람을 더 빛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장면을 보며 한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일을 잘하는 것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
실력은 신뢰를 주지만, 태도는 마음을 얻는다.
성과는 평가로 남지만, 태도는 기억으로 남는다.
토요일 지하철 안에서 받은 한 통의 전화는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그 전화가 “우리는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가 아니라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은 그 순간에는 당연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온기가 되어 오래 남는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드는 건 대단한 능력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아주 작은 태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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