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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Dec 16. 2024

나만을 위한 이사회를 구축하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 다섯 명의 평균 모습이 바로 나다.


미국의 동기부여 강사이자 작가인 짐 론(Jim Rohn)의 이 말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돌아보면 그들의 말투와 태도, 심지어 목표까지도 나에게 스며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 동시에 그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멘토, 친구, 가족과의 관계는 우리의 평균 모습을 제시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명확히 이해하고, 나와 비슷하거나 나를 자극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목표 달성이 빨라질 수도 있다.    

  

‘당신에게 도전하고 영감을 주는 몇 명의 친구를 찾아라.

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 너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에이미 포엘러-

Find a group of people who challenge and inspire you; spend a lot of time with them, and it will change your life.

-Amy poehler-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전직 교사셨던 아빠와 대화를 자주 나누었다. 대리 때 함께 근무하는 후배가 업무 실수가 잦고 처리 속도가 느리다며 아빠에게 불평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이 느린 게 아니고 네가 빠른 것일 수도 있어.”

 아빠는 내게 불평하지 말고 매사에 감사하라고 말씀하셨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에 조언을 구할 때에는 내 이야기를 쭉 경청하다가 일목요연하게 몇 줄로 정리하셨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로 쉽게 말씀하셨지만, 때로는 전략적이고 때로는 순리적인 아빠의 혜안에 늘 감탄한 기억이 있다.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했다. 나는 아빠 덕분에 상황판단력을 키웠고 사람은 10인 10색임을 배웠다.


 외할머니는 아들만 대학에 보내주고 딸은 집안 형편상 보내줄 수 없다고 자식들에게 선언 했었단다. 대학에 너무 가고 싶었던 엄마는 며칠을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다 딸내미 죽겠다 싶어 외할머니가 항복하셨고 엄마는 기어이 원하는 대학생이 되었다. 학구열은 엄마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지만,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엄마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중학교 학원 영어 선생님과 4살 터울인 언니 덕분에 영어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단어와 문장을 외우고 문장을 나누면서 영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 대학 입학 전, 종로 파고다학원에서 원어민 영어 회화 수업을 들었다. 레벨 테스트하며 난생처음 외국인과 10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나처럼 레벨 테스트를 보러 온 사람들은 물론이고 영어 회화, 문법, 토익, 토플 수업으로 빼곡히 채워진 학원 시간표까지도 대학 입학을 앞둔 어리버리한 고3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해 보였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가 또렷이 기억난다. 대학 입학 첫해 가을, 대학 총장배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입상했다. 대학 2학년과 3학년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미국과 캐나다에서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수업을 들으며 현지인과 대화 나누고 영어 문화권을 체험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영어와 관련해서는 뭐든 선뜻 도전했다. 주저함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중학교 때 다녔던 학원의 영어 선생님과 언니의 긍정적 영향 덕분이었다.  


 회사에 신입으로 입사해서 만난 팀장님한테 일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를 배웠고 신입부터 27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대리부터 과장까지 만 8년간 모셨던 그 상사 덕분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질문하는 능력이 부쩍 향상되었다. 그 분에게서 매일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상사가 지시하고 팀원이 그 사항을 수행하는 보통의 과정이었으나 나는 책임감을 느끼고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질문의 힘이 얼마나 세고 효과적인지 몸소 체험했기에 나 역시 팀원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들도 시간이 지나 나를 떠올릴 때, 나 같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정말 좋겠다.  


 투자할 때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이 ‘투자성향 진단’이다. 안정형 투자자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호한다. 주식을 아무리 권해도 원금 손실 위험 때문에 선택하지 않는다. 공격형 투자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High Risk High Return)’ 즉,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정기예금보다는 위험을 안고 주식이나 펀드를 선택한다.

 ‘어떤 방식으로 조언해야 마음이 움직일까?’

 ‘어떤 예시를 들면 내 이야기에 수긍할까?’

 누군가에게 제안할 때도 그 사람의 성향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남편에게 고민을 자주 털어놓는다. 내가 용기가 없어 주저할 때마다 ‘하루를 하면 하루치의 경험이 생기는 거다’ 라며 격려해 준 남편 덕분에 고사하려던 직무에 도전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더 좋은 기회도 잡게 되었다.

 회사 사람 누군가에게 화가 났던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남편이 ‘네가 그 사람 부러워하고 있는 거네!’라며 짧게 답한 적이 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수긍이 안 갔지만 얼마 되지 않아 솔직한 내 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남편은 나의 성향을 잘 알고 있으니, 조언도 언제나 맞춤형이다. 그런 남편의 조언을 참고삼아 행동했을 때 8할은 효과가 있었다.


 우리는 관계를 통해 변화한다. 우리의 비전, 습관, 성장 가능성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누군가의 영향을 받는다. 성공과 성장을 원한다면 나를 북돋아 줄 사람과 교류하며 동시에 나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만을 위한 이사회를 구축하라’      

 IT업계에 재직 중인 지인에게서 10년 전쯤 들은 말이다. 그녀가 말했던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직관적인 한 문장은 명확히 뇌리에 남았다.

주식회사의 이사회(Board of Directors)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주요 전략을 수립하고 승인한다. 경영진이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지 감독하며, 회사가 법적 규제를 준수하고 윤리적으로 운영되어 주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한다. 회사가 직면할 수 있는 재무적, 운영적, 전략적 위험도 평가하고 대처한다.


 주식회사의 이사회 목적이 여러 가지듯 나만의 이사회를 구축하면 장점이 많다.

 첫째, 직장, 가족, 친구, 네트워킹 등에서 다양한 관점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나만의 이사회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내가 직면한 문제를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둘째, 객관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경력 관리에 대한 코칭을 받고, 일과 가정의 균형에 대한 사례담을 듣고, 네트워킹을 통해 상생의 인사이트도 배운다. 나의 약점이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받는 건설적인 피드백도 큰 장점이다.  


 셋째, 어려울 때는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 나의 성취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격려는 목표를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동기가 된다.

 

나만의 이사회를 잘 운영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무엇보다 이사회 구성원을 잘 선택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직장, 가정, 친구, 멘토 등 다양한 영역의 사람을 포함하여 5명 정도 선택하면 좋다.


 나는 직장에서 임원 A와 동료 B가 있다. 가정에서는 남편이다. 친구로는 R이 있다. 멘토이자 코치인 L이 있다.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조언을 구하고 어떤 영역에서 도움을 받고 싶은지 명확히 말해야만 나만의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한다. 단순한 관계를 넘어 나의 성장과 행복을 도울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Key Message

1. 친구란 당신의 과거를 이해하고, 당신의 현재를 믿으며, 당신의 미래를 격려하는 사람이다.

   -윌리엄 아서 워드-

 ‘나만의 이사회’ 구성원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다. 그들은 나의 과거, 현재, 미래와 연결되는 사람들이다.     


2. ‘성공은 많은 친구를 얻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친구를 얻는 것이다.’-칼릴 지브란-

나만의 이사회가 잘 운영되려면 그들에게도 당신의 진심과 관심을 보여야 한다.      


3. ‘친구는 우리가 혼자 걸을 때 지치지 않도록 동행해 주는 사람이다.’ -헨리 나우웬-

‘나만의 이사회’가 구축되어 있다면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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