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파도안에서 나를 바라 볼 수 있다면
어제 늦게 퇴근하는 길, 발걸음이 무겁고 머리는 그보다 더 무거웠다. 오후에 있었던 A와의 어색한 충돌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었다. 일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었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감정이 섞였다. 겉으로는 괜찮은 듯 웃었지만, 속에서는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집에 돌아와 아무리 생각을 떨쳐내려 해도 이미 머릿속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오늘 새벽에 눈을 떴을 때, 솔직히 더 자고 싶었다. 몸은 무겁고 운동할 마음은 없었다. 그럼에도 운동을 거르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걸으면 좀 나아지겠지. 찬 바람이라도 쐬자.’ 스스로를 다독이며 현관문을 열었다.
예전의 나는 불편한 일이 생기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회복은 느려졌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다. 무언가 마음에 걸리면 곧장 ‘해결’을 시도했다. 상대에게 연락해 오해를 풀고, 상황의 논리를 정리하고, 불편한 감정을 없애려 애썼다. 그게 어른스러운 태도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모든 불편함이 즉시 해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그 불편함을 그냥 ‘마주 볼 용기’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슬프거나 불편한 감정이 올라올 때, 억누르지 않고 조용히 바라본다.
“그래, 나는 지금 불편하구나.”
“지금은 마음이 상했구나.”
그저 그렇게 인정한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상황을 바꾸기보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미국 작가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불완전함의 선물(The Gifts of Imperfection)』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불편함을 피하려 하지만, 불편함은 성장의 관문이다."
(We try to avoid discomfort, but discomfort is the gateway to growth.)
타인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나, 요즘들어 팀장으로서 책임의 무게를 더 크게 느끼는 나, 그 모든 모습이 인간적인 나다. 완벽함을 좇기보다 솔직한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 더 어렵지만, 그것이 진짜 용기임을 배워가고 있다. 브레네 브라운의 말처럼, 불편함은 성장의 신호인지도 모른다.
마음속 불편함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않는다. 감정을 ‘인지’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절반쯤 사라진다.
“그래, 불편할 수도 있지.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괜찮아.”
그 말이 내 마음을 부드럽게 감쌌다.
심리학자 칼 융(Carl G. Jung)은 말했다.
"당신이 무의식을 의식하지 않으면, 그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고 당신은 그것을 운명이라 부를 것이다."
(Until you make the unconscious conscious, it will direct your life and you will call it fate.)
예전 같으면 ‘왜 내가 이런 불편한 기분을 느껴야 하지?’ 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였겠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조용히 안아준다.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며 또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때로는 불안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조용히 나를 위로하며 속삭였다. “괜찮아, 불편할 수도 있어. 모두가 그래.”
마음의 파도가 완전히 잦아들지 않아도 괜찮다. 그 안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다면, 회복은 이미 절반쯤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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