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Instruction, The Power of Que
'업무 지시를 할 때 팀원마다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네, 네! 알겠습니다!”라며 빠르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 부분은 이렇게 진행해도 될까요?”, “마감은 언제까지인가요?” 하고 되묻는 사람도 있다.
처음에는 후자가 조금 느리다고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직원이 오히려 일을 정확하게 처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끔 질문을 받다가 얼떨떨할 때가 있다. 내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순간적인 당황스러움을 숨기고, 나는 다시 한 번 더 쉽게, 명확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내 말이 모호하게 들렸던 적이 여러차례 있었다. 급하게 말하거나, 머릿속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말을 꺼냈을 때 특히 그랬다. 직원의 표정이나 되묻는 질문 속에서 ‘내가 명확히 전달하지 못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다음엔 '확인과정을 놓치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그 뒤로 나는 일을 지시한 뒤 자주 이렇게 묻는다.
“제가 말씀드린 내용을 어떻게 이해하셨는지, 한 번 정리해주실래요?” 그 짧은 확인 한마디가 큰 실수를 예방한다. 하지만 일정이 빠듯하거나 회의가 연달아 있을 때는 핵심 메시지만 급히 말하고 다음 일정으로 넘어갈 때가 있다. 그렇게 생긴 작은 틈이 결국 크고 작은 실수로 이어지곤 했다.
팀장으로서 나는 직원이 ‘얼마나 이해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반대로 내가 상사에게 보고할 때는, ‘상사가 진짜 궁금한 게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나는 상사의 메세지를 끝까지 들은 후 묻는다. “추가로 알아야 할 배경이 있을까요?”, “기존 업무와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조정할까요?”
한 번에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결국 일을 두 번 하게 된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는 깨달았다. “한 번의 질문은 열 번의 수정보다 낫다.”
진짜 효율적인 사람은 지시를 빨리 받는 사람이 아니라, 지시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이렇게 말했다
“The most important thing in communication is hearing what isn’t said.”
: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로 하지 않은 것을 듣는 것이다.
말로 전달되는 것은 겉면의 절반에 불과하다.
표정, 눈빛, 맥락 속에 담긴 의도까지 읽어야 진짜 의미가 보인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상사의 말을 듣는 동시에 그 속의 ‘의도’를 듣는다.
나는 상사의 성향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어떤 상사는 “결론부터 말해요.”를 좋아하고, 또 어떤 상사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배경을 먼저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새로운 상사를 만나면 보고 스타일부터 파악하려고 한다. 결론형 상사에게는 핵심을 한 문장으로 말한 뒤 세부 내용을 보완하고, 논리형 상사에게는 목적과 배경부터 차근히 설명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순서’를 바꾸면 전달력은 확실히 달라진다.
직장생활의 90%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다. 특히 리더에게는 말을 전달하는 순간보다,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확인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전달이 어긋나면 무의미해진다.
커뮤니케이션의 책임 절반은 리더에게 있다. 내가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면 상대에게만 탓을 돌릴 수 없다.
나는 일을 맡길 때 이렇게 말한다.
“제가 지시한 내용의 핵심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 한 문장이 팀의 오류를 줄인다. 질문은 시간을 잡아먹는 행위가 아니라, 시간을 절약하는 행동이다.
결국 일의 본질은 '메세지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작은 오해가 쌓이면 성과의 차이가 발생한다.
팀원에게는 ‘듣는 연습’, 리더에게는 ‘확인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것은 언제나 ‘질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일이 굴러간다. 나는 오늘도 내 말보다 상대의 표정을 먼저 본다. 그 안에 내가 놓친 의미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