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Panaceas
요즘 나는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따뜻한 침대 속에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결국 눈을 뜬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걷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나는 망설이지 않기 위해 어젯밤 거실 소파 위에 패딩점퍼를 미리 올려두었다. 그것이 내 의지를 대신해 주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뛰지 말고, 걷지도 말고, 그냥 5분만 나갔다만 와.” 스스로를 다독이며 현관문을 연다. 지하 주차장을 지나 밖으로 나오면 이미 여러 사람이 새벽 운동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발걸음을 떼어본다. 내가 좋아하는 기독교 유튜브 방송을 켜고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컨디션이 괜찮으면 조깅을 하기도 한다. 나오기 주저했던 나 자신은 어느새 사라지고 묵묵히 걷는 나 자신만 있을 뿐이다.
운동을 마친 뒤에는 자연스럽게 감사할 일을 떠올린다. 어젯밤 있었던 일, 아침에 스쳐 간 순간 중에서 작은 감사를 찾는다. 그리고 출근할 때 지하철역까지 족히 10분~15분 정도 걸리는데 그때 기도한다. 그 시간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다.
운동, 기도. 감사 (PPT: Play, Pray, Thanks)
이 세 가지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되었다. 회사에서 머리 아픈 일이 있거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피로가 쌓일 때도, 이 세 가지가 나를 중심에 세운다. 그것들은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다.
새벽의 시간은 유난히 고요하다. 그 시간에 몸을 움직이는 것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을 다시 ‘시작한다’는 선언이다. 땀이 흐르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래, 나 아직 살아 있구나”라는 생생한 실감이 든다.
“Take care of your body. It’s the only place you have to live.” (Jim Rohn)
: 당신의 몸을 잘 돌보라. 그곳은 당신이 평생 살아야 할 유일한 집이다. (짐 론)
운동은 그 집을 닦고 세우는 일이다. 근육이 강해질수록 마음도 단단해지고, 몸이 정직해질수록 생각도 정직해진다.
운동이 끝나면 감사의 마음을 연습한다. 감사는 내가 가진 것을 충분함으로 바꾸는 연금술이다. 처음에는 감사꺼리를 찾는 것도 어색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감사할 일들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멜로디 비티(Melody Beattie)는 말했다.
“Gratitude turns what we have into enough.”
: 감사는 우리가 가진 것을 충분함으로 바꿔준다.
감사는 단순한 태도가 아니라 마음의 훈련이다. 하루하루 감사의 문장을 쌓다 보면, 세상은 변하지 않아도 내가 변한다. 마음의 근육이 자라면서 삶이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도한다. 기도는 내려놓음의 시간이다. 세상 모든 일을 내 뜻대로 통제하려던 마음을 잠시 멈추고, 나보다 크신 분께 ‘맡깁니다’라고 고백하는 일이다. 그 한마디가 내 안의 평화를 불러온다.
기도는 세상을 바꾸지 않아도 내 마음을 바꾼다. 소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의 말처럼,
“Prayer does not change God, but it changes the person who prays.”
: 기도는 하나님을 바꾸지 않지만, 기도하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 말을 새길 때마다, 나는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낼 힘을 얻는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마음이 한결 단단해진다. 그러나 늘 문제는 ‘비교’에서 온다. 나보다 더 날씬한 사람, 더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 더 운이 좋은 사람. 그런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켠이 불편해진다. 하지만 비교에는 끝이 없다. 세상에는 언제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고, 나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기준으로 삼는 순간, 나는 영원히 부족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나는 비교의 방향을 바꿨다. 남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하기로 한 것이다. 어제보다 0.5kg이라도 줄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어제보다 조금 더 감사했다면, 그건 성장이다. 어제보다 한 줄이라도 더 기도했다면, 그건 평안이다. 남과 비교하면 끝이 없지만, 어제의 나와 비교하면 희망이 있다. 비교의 방향이 바뀌면, 삶의 무게도 달라진다.
많은 사람이 남의 인생을 따라간다.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누군가는 투자 성공을, 누군가는 자기 계발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모든 흐름에 올라타면 결국 자신을 잃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느냐’다. 나는 더 이상 남의 리듬에 휩쓸리지 않기로 했다. 내 삶의 박자를 내가 정하고, 내 하루의 기준을 내가 세운다.
운동, 감사, 그리고 기도.
이 세 가지를 매일 새벽 실천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다. 그 단순한 반복이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어제보다 조금 더 유연하고, 조금 더 감사하며, 조금 더 겸손하게 사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행복은 대단한 변화 속에 있지 않다. 새벽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몸을 깨우고, 오늘의 나를 칭찬하며, 조용히 기도하는 그 순간에 있다. 그것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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