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결혼 20년이 지난 지금,
사랑이 여전히 관계의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서로에 대한 연민이 더 깊어졌다. 가끔 남편의 말투나 표정에서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그 청년이 이제는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고마움과 미안함이 함께 밀려온다. 감정의 결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유튜브 쇼츠에서 가수 장윤정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부부에게 가장 깊은 감정은 연민이에요. 연민이 있는 부부는 이혼하지 않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연민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사랑이 서로를 향한 열정이라면, 연민은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다.
사랑은 불꽃이고, 연민은 불빛이다.
불꽃은 타오르다 꺼지지만, 불빛은 오래 남는다.
그 불빛 덕분에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사랑을 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이 말은 연민이 사랑보다 더 깊은 감정임을 알려준다.
연민은 사랑의 끝이 아니라, 사랑이 성숙해진 다음의 형태다.
사랑이 열정이라면, 연민은 인내다.
이런 감정은 부부 사이에만 머물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 친구 관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이의 거친 말투 뒤에는 “나도 힘들어”라는 말이 숨어 있고, 친구의 무심한 대답 뒤에는 그만의 사정이 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짜 공감을 배운다.
한동안 나는 조직이 지시와 보상으로 움직인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10년간 리더로 일하며 이제야 이 진실을 깨닫게 된 것이 다행이다.
리더십에서 ‘연민’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그 본질은 단순하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는 마음이다.
“왜 그랬어?” 대신 “그때 많이 힘들었지?”라고 물을 때, 조직의 공기가 달라진다.
그 한 문장이 구성원의 방어심을 녹이고, 신뢰를 만든다.
조직도 상처를 안고 함께 버텨야 하는 공동체다. 성과가 낮은 직원, 예민한 동료, 까다로운 상사. 이들을 대할 때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적인 리더십’이다. 리더는 구성원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조직의 온도는 달라진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위대함은 사랑보다 연민에 있다.”
연민은 약함이 아니라, 리더의 품격이다.
사람의 마음은 정답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해받는 순간 자발성이 생기고, 신뢰가 쌓인다.
그래서 ‘이해의 리더십’이 있는 조직은 강하다.
결국 부부든 부모든 팀이든, 모든 관계의 원리는 같다. 사랑은 시작의 언어이고, 이해는 지속의 언어다.
공감이 있는 리더십은 따뜻하지만 약하지 않고, 부드럽지만 단단하다.
성과보다 사람을 먼저 보고, 실수보다 상황을 먼저 이해하자.
결혼 20년, 리더십 10년의 시간 속에서 나는 배웠다.
관계를 지탱하는 힘은 사랑이 아니라, 이해와 배려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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