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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

어느 구름도 가볍게 보지 말자

by 하랑

B2B 영업파트장을 맡았던 3년 동안 나는 매일 고민했다.
어떤 기업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까?

어디서 비가 내릴까?
폭우처럼 성과가 쏟아질지, 아니면 잔잔한 가랑비처럼 작은 변화만 스칠지,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르니, 모든 고객사를 자주 바라보자고 관점을 전환했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고객사 방문은 더 이상 ‘일정 소화’가 아니라, ‘기회의 기상관측’이었다.


3년 동안 만나온 고객사는 매우 다양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있었고, 의사결정이 빠른 중견기업도 있었으며, 본사 정책이 까다로운 글로벌 기업도 있었다.
처음엔 당연히 ‘큰 회사일수록 계약 가능성이 높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대기업은 의사결정 속도가 느렸고, 중견기업은 민첩하지만 재무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글로벌 기업은 본사 정책 하나로 갑작스럽게 추진하던 비즈니스가 멈추기도 했다. 이 경험이 내게 가르쳐준 건 한 가지였다. 기업의 외형은 기회의 크기를 말해주지 않는다. 기회의 싹은 매출 규모가 아니라 ‘타이밍’과 ‘관계의 질’에서 나온다.


그래서 나는 고객 포트폴리오를 의도적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업종도, 기업 규모도, 의사결정 구조도 일부러 다르게 가져갔다. 한 곳이 얼어붙어도, 다른 곳에서 흐름이 생기면 영업 전체의 리듬이 흔들리지 않도록 말이다.


B2B 영업은 단일 시장의 성공보다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이 장기 성과를 결정한다.
특히 경기 민감 업종과 비민감 업종을 균형 있게 가져갈 때 영업 실적의 지속성이 뛰어났다.

고객 방문 횟수는 단순히 수치였다. 그러나 고객과의 관계는 숫자로 남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었다.


한 번은 아무 일도 없을 것 같던 중견기업이 갑자기 신규 법인을 인수하며 1년간 붙잡혀 있던 프로젝트가 단숨에 재개된 적이 있었다. 또 한 번은 해외 본사 기준 때문에 진척이 없던 글로벌 기업이 ESG 경영 전략을 전면 수정하면서 ESG 관련하여 당사가 이미 한 것을 알려달라며 연락을 해왔다.


이 두 상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나는 그 고객들과 준비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성공은 불확실성 속에서 누가 이미 움직이고 있었는가로 결정된다.”고 말했다. B2B 영업은 기회를 만들기 보다 기회를 ‘맞이하는’ 일에 더 가깝다. 그래서 꾸준함이 전략이 된다.

나는 고객사 방문을 영업활동이 아니라 ‘서로의 상황이 궁금한 만남’으로 대했다. 커피 한 잔 나누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6개월 뒤의 흐름이 달라질 때가 많았다. 고객은 의외의 순간에 마음을 연다. 그건 논리보다 온도에 가깝다.


하버드대 사회심리학 연구에서도 “신뢰는 반복적이고 일관된 작은 접촉에서 형성된다”고 말한다. 영업은 한 번의 극적인 제안보다 사소한 일상의 축적이 더 강한 유대를 만들어 낸다. B2B 영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어느 구름에서 비 내릴지 모른다’였다. 내가 깨우친 것은 비를 내리게 하는 건 결국 관계의 누적 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구름도 가볍게 보지 말자.”
어떤 구름은 짙어 보여도 비가 내리지 않고, 어떤 구름은 맑아 보이지만 갑자기 비를 쏟아낼 때도 있다. 내가 할 일은 구름의 색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 그 자리에 준비된 마음으로 서 있는 것이다. 즉 관계도, 태도도, 관심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3년의 경험이 내게 알려준 B2B 영업의 본질은 간단하다.
기회는 예측이 아니라 축적에서 온다.

모든 구름에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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