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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뮹재 Mar 22. 2022

한재마실

청도군 한재미나리 삼겹살 봄 제철음식 맛집 



 2022년에도 어김없이 봄이 다시 찾아왔다. 올해는 작년보다는 더 희망찬 봄이 아닐까 싶다.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이제 끝났으면 하는 바람, 다들 먹고 살만해지기 바라는 바람과 같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있다. 다만 코로나 시대의 후유증인지 필자는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봄의 기운을 받고 기지개를 왕창 펴 보고자 이 글을 쓴다. 작년 이맘때 어떤 음식을 먹었나 궁금해서 과거 쓴 블로그 글을 보았다. 지금과는 다르게 그때는 지금과는 다르게 코로나로부터 기가 덜 죽었는지 생각보다 외식을 많이 했었다. 가창면에 있는 곤지곤지의 보리밥 정식, 만촌동에 있는 고운곰탕의 어복쟁반과 평양냉면, 둔산동에 있는 향나루오리농원식당의 생오리 숯불구이 등등 꽤 많은 식당을 방문하여 맛있는 식사를 하였었다. 

출처 https://blog.naver.com/youdarly/222273511254



 하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청도군에 있는 한재마실의 미나리 삼겹살이었다. 그때를 추억하며 조금은 성장한 글 솜씨를 발휘하여, 편집본을 쓰고자 한다. 때는 2021년 3월의 어느 봄날. 봄의 전령사 중 하나인 미나리가 복숭아씨의 마음에 싹을 틔웠다. 그 새싹은 봄비를 맞고,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니 순식간에 자라났다. 그러자 복숭아씨가 미나리~♬ 미나리~♬ 노래를 부리기 시작했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나리~ 나리~ 개나리~ 와 같은 동요의 귀여운 혼종이랄까. 미나리 노래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미나리에 중독이 되었다. 결국 그 독을 해독할 겸, 또 복숭아씨의 미나리에 대한 욕구를 해소 시켜드릴 겸 미나리 원정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질 좋은 제철 미나리를 양껏 즐길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 찾아본 결과 크게 3군데로 추려졌다. 바로 팔공산, 가창면 그리고 청도군 이었다. 각자 장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팔공산은 가깝지만 네임밸류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가창은 그렇게 유명하진 않았다. 청도군은 전국적으로 미나리로 유명했지만 거리가 가장 멀었다. 미식을 위해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투자의 일환 아니겠는가. 결국 한재미나리로 유명한 청도군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산뜻한 마음으로 출발하였다. 미나리가 봄이 제철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사실 한재라는 지역이 미나리로 유명하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모르는 게 이럴 때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마치 모험을 떠나듯 설렘이 가슴 그득 차올랐다. 복숭아씨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복숭아씨는 미나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을 표정에서 숨길 수 없었다. 그 뿜어져 나오는 미소를 보니 나도 행복해졌다.

 한 가지 마음속에 있던 불안한 점은 미나리 향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과거 필자가 한식조리기능사 취득을 위해 실기 시험에 나오는 요리 중 하나인 미나리강회를 만들었던 적이 있다.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소고기와 계란 지단 그리고 홍고추를 겹겹이 쌓고 그걸 데친 미나리로 돌돌 잘 말면 됐다. 완성을 하고 미나리강회를 먹어보았는데 미나리 향이 다른 재료들을 압살할 정도로 강해서 맛이 없었다. 미나리 향 자체도 풀 내음이 지나치달까. 그 당시는 미나리 향을 잘 몰라서 막연하게 거부감이 생겼나 보다. 그 뒤로는 미나리에 대해 거리두기 중이었는데, 워낙 시간이 오래 지나 공소시효가 끝나버렸다. 새로운 마음으로 미나리를 맞이할 기대를 품고 청도로 향했다. 

 대구에서 출발해서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타고 가니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한시 간 채 걸리지 않는 적당히 가까운 거리였다. 말 그대로 대구 근교였다. 한재네거리에 도착하니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북적북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나리 판매장이라고 큼직한 입간판들이 쓰여 있는 하우스였다. 미나리를 농장에서 구매하자마자 가건물 형태의 하우스에서 삼겹살을 구워 미나리와 함께 즐기는 형태였다. 우리는 이곳이 초행길이고 미나리에 대해서도 어떤 것이 좋은 미나리인지 구별할 줄 모르기 때문에 그냥 삼겹살과 미나리를 함께 파는 삼겹살 식당으로 들어섰다.      



삼겹살 2인 18,000원 + 한재 미나리 한단 8,000원


 식당은 만석이었다. 미나리 열풍이 이렇게 뜨거운지 난생처음 느꼈다. 모든 공간을 활용하여 손님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휴대용 가스버너에 삼겹살을 열심히 굽고 있었다. 초여름에 가까운 열기였다. 쫄면 안돼. 우린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삼겹살 2인분과 미나리 한단을 주문하였다. 삼겹살 2인분만 주문한 이유는 미나리 특수 때문인지 삼겹살이 일반 시장가에 비해 다소 비쌌고, 또 사실 배를 채우기보다는 미나리를 맛보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서빙하는 종업원 수만 10명은 되어 보였는데 역시 테이블이 금방 세팅되었다. 기본 밑반찬과 쌈상추 그리고 싱싱한 미나리 한단이 나왔다. 우선 이번 미식 여행의 목표였던 미나리를 생으로 온전히 맛보았다. 식감은 수분을 왕창 머금고 있어 아삭아삭하였고 입으로 몇 번 씹고 코로 숨을 쉬니 미나리의 향이 물씬 풍겼다. 머릿속으로 봄이 온 것이 느껴졌다. 이래서 봄에 미나리를 먹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생생하고 신선한 느낌이 좋아서 날 것으로 계속 먹었는데 그래도 미나리의 한단의 양이 워낙 많아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봄 제철 미나리 삼겹살


 불판이 달궈지자 서둘러 삼겹살을 불판 위에 올리고 지글지글 굽기 시작했다. 삼겹살 기름이 충분히 나오자 그 기름에 마늘과 김치 그리고 미나리를 익혀서 함께 먹으니 아주 맛있었다. 미나리를 생으로 먹는 것보다 살짝 데치듯 숨만 약간 죽도록 불판에 올려 살짝 익혀 먹으니 아삭한 식감은 살아 있는 채로 채즙이 맛깔스럽게 입으로 새어 나왔다. 그 채즙이 고기의 퍽퍽함을 많이 잡아주어서 목으로 더 수월하게 잘 넘어갔다. 다만 너무 익히니 확실히 미나리의 향이 강해졌고 식감 또한 많이 질겨져서 맛이 없었다. 필자가 과거에 느꼈던 미나리의 거리감은 바로 익힘에서 온 것 같다. 살짝 익히지 않고 끓는 물에 너무 오래 삶아서 질기고, 향도 강해져 버린 것 같았다. 사실 미나리를 향이 강한 향채소로 고수와도 친척지간이다. 이제 그 원인을 알았으니 나의 기호에 맞춰 마음껏 미나리를 맛있게 즐겼다. 복숭아씨는 재료 본연을 맛을 가장 선호했다. 미나리는 복숭아씨에게 말 그대로 천연의 재료였다. 천연의 맛을 즐길 줄 아는 사람답게 강단 있게 미나리를 생으로 즐기셨다. 결국 우리 둘은 서로의 기호에 맞게 미나리 한줄기 남김없이 깨끗하게 다 먹었다. 미나리를 먹으면 피가 맑아지고 간에 좋다는 민간요법을 들어서 그런지 배부르게 미나리를 원 없이 먹으니 마치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 느낌이 몸을 나른나른하게 만들어 대구로 올라가는데 약간 방해요소가 되긴 했지만 치명적이진 않았다. 

 봄철 미나리 삼겹살이라는 별미에 푹 빠져 우리는 미나리 지옥행 열차에 탑승했었다. 그 당시는 필자가 인사이동 시기여서 환송과 환영 회식이 꽤 잡혀있던 시기여서 필자의 건강이 걱정되었는지 복숭아씨가 미나리를 3kg이나 구매했다. 술을 많이 마시고 난 뒤 복어탕에 미나리를 왕창 넣어 먹어보기도 하고, 라면에도 왕창 넣어 먹기도 했는데 사실 큰 효과를 느끼진 못했다. 최고의 숙취해소 방법은 술을 적게 마시는 것이 답인 것 같다. 비록 과학적으로 미나리가 몸에 좋은지 아닌지 정확히는 알 수 없어도 확실한 것은 봄철 미나리를 '적당히' 맛보는 것은 결코 후회 없는 일인 것 같다. 1년이 지나 새로운 봄을 맞이한 지금 잊고 있었던 미나리의 향이 글을 통해서 조금씩 떠오른다. 나는 이번 주말 반드시 미나리를 먹어야겠다. 독자 여러분들도 봄의 전령사 미나리를 먹고 향긋하고 기운차게 2022년의 봄을 맞이해보시는 것이 어떠신가.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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