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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뮹재 Mar 26. 2022

김천식당

충북 보은 허영만의 백반기행 맛집

 

 TV 조선에서 방영 중인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오랜만에 시청하였다. 144화로 배우 견미리씨가 초대손님으로 나와 충북 보은에서 백반기행을 하는 내용이었다. 내륙 산간 지방 특유의 먹을수록 목이 마르고 무언가를 갈구하게 되는 음식이 소개되었는데, 하나는 북어찌개였고 다른 하나는 순대곱창전골이었다. 삼겹살도 소개되었는데 상대적으로 요리보다는 식재료에 가깝기 때문에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러던  평일 점심 무렵  좋게 여유가 생겼다. 혼자서 방문을 하면 전골이나 찌개는 제대로 즐길  없기 때문에 야심차게 4 팟을 꾸렸다. 다들 나의 점심을 위한 여정에 군말 없이 동참해 주어서 고마웠다. 당연히 운전은 필자가 했다. 늦은 오전, 이른 점심이어서 그런지 도로에 차들도 별로 없고 평화로움을 즐기며 천천히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은 보은군 시가지 안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 넓은 주차장을 구비하고 있었다. 편하게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이 위치한 골목은 생활의 달인에 나온 순대집도 있고  멀리 순대집 간판이 하나  보였다. 골목상권을 이룰 정도로 순대가 맛있겠구나 기대를 하며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11 30 정도 되는 약간 이른 점심시간이었음에도 2테이블 정도 손님들이 이미 식사를 열심히 하고 계셨다. 우리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을 하였다. 메뉴는 닭갈비와 순대전골이 요리류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었고 일반 국밥류도 판매하고 있었다. 내가 4인팟을 괜히 만들었겠는가. 당연하다는 듯이 순대곱창전골 특대를 주문하고 곁들일 요리로 왕순대를 시키려고 했는데 순대는 지금 삶고 있는 중이어서  시간은  있어야 된다 하셨다. 서빙하시는 직원분이 우리나라 분이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셔서 착각하고 계시는가 했는데, 정말로 왕순대를 먹으려면  시간 넘게 기다려야 된다는 확답을 들었다. 망연자실했지만 머릿속으로 백반기행에 나온 편육이 번뜩였다. 주인장이 고집스럽게 특유의 레시피로 손수 만드는 편육. 허영만과 견미리씨도  맛에 아주 만족했던 것이 기억나서 곧장 편육을 주문하였다.



기본반찬

 주문이 들어가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거의 1분당 1팀 꼴로 사람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거리두기를 위해 띄엄띄엄 앉았지만 식당 안은 만석이 되었고 대기인원까지 생겼다. 일찍 오길 잘했다고 생각을 하며 한편으로는 왕순대를 못 먹을 위기에 처해있어 좀 더 늦게 올걸 그랬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물며 음식이 정말 늦게 나왔다. 기본 반찬인 깍두기, 김치, 새우젓 그리고 동치미는 오자마자 차려졌다. 반찬에서 주인장의 개성있는 손맛이 느껴졌다. 아주 맛깔스럽진 않았지만 촌스럽게 잘 익은 맛이 오히려 정감이 생기고 더 끌렸다. 새우젓은 일반 시중에 파는 새우젓의 맛이 아니었다. 어떤 특유의 향신료를 썼는지 특별한 향이 느껴졌다. 너무 세진 않지만 그 향이 새우젓의 짠맛을 잘 억눌러 새우젓만 먹어도 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기본 반찬은 바로 나왔지만 메인 요리는 정말 늦게 나왔다. 그 오랜 기다림 중간에 내린 꿀맛 같은 단비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편육이었다.



편육 8,000원

 편육은 단비라는 비유가 오히려  부족할 정도로 아주 별미였다.  인생 통틀어 이런 편육은 난생처음이었다. 방송에서 봤을  돼지 귀를  썰고 씨간장을 섞은 특유의 육수에  삶아 그대로 식혀 굳으면 얇게 썰어 내는 레시피였다. 조리과정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상상  이상의 맛이었다. 입에 넣자마자 돼지 특유의 냄새가 0.1 정도 짧게 느껴졌다. 결코 과하지 않아 이내 사라져버렸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맛을 본다면 입에 넣자마자 '돼지고기'라고 답을 맞힐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냄새라기보다 향기에 가까웠다. 쫀듯 쫀득한 식감에 끈적임은 전혀 없었고 씹으면 씹을구록 이나 혀에 들어붙는  없이 조직들이 입안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그러다 삼키고 나면 '내가  먹었었나?'  정도로 흔적 없이 사라져버리는 깔끔한 맛이었다. 식감만 보더라도 기가 차서 웃음이 절로 나오는 맛이었다. 실제로 먹으면서도 실소와 함께 육성으로 "히야.. 요놈 봐라?"라는 말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방송에서  레시피를 보았을 때는 짠맛이 강할  알았는데 뜻밖에도 짜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간장 특유의 구수한 향만 느껴질 뿐이지 간장의 짠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간이 적절하게 되어있어 굳이 새우젓을 함께 먹지 않아도  정도였다.  말인즉슨 느끼하지 않았다. 고추씨가 들어있어 보다 개운한 맛을 끌어올려 깔끔할  있겠다 생각이 들었지만 눈에 띄는 고추씨가 먹는데 거슬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노팩터였다. 이런 음식을 보고 예술이라고 하나보다. 아마 2022년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올해의 음식 best 5안에 미리 선점하였다. 돼지 잡내, 느끼함, 짠맛, 비린맛 등등 편육의 비호감적인 맛과 냄새가 1 없는 그야말로 '물건'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편육을 맛보니 순대곱창전골이 더더욱 기대가 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넓은 전골냄비에 엄청난 놈이 가득 담겨 나왔다.


순대곱창전골 특대 30,000원

 맑은 육수에 순대와 내장  각종 부속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되어 있었고 엄청난 양의 채소와 당면이  위를 덮고 있었다. 그리고 토핑처럼 당근과 양파가 맛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일종의 인테리어 역할로  조각 올라가 있었다. 채소는 거진 미나리가 태반이었다.  하면  미나리 아니겠는가. 필자도  특집으로 미나리 삼겹살에 대해 글을 올렸는데  글의 주인공인 싱싱한 미나리를 마주하니 너무 반가웠다. 생으로 한가닥 빼서 먹으니 역시 향이 진했고 봄의 기운이 살며시 느꼈다. 얼마나 양이 많은지 전골은 한참 시간이 지나도 끓지 않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지만 다들 허기졌는지 4명이 각자 숟가락과 국자로 국물을 연신 퍼다가 채소위에 뿌려 숨을 죽이는 재밌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국물이 드디어 끓기 시작했고 안에 있던 다대기 또한  풀어져 보기에도 맛깔스러운 전골이 완성되었다.



순대곱창전골 특대 30,000원

 젓가락으로 먼저 순대와 미나리를 앞접시에 덜었다. 호호 불면서 순대 맛을 보았는데, 전골이 나오기  먹었던 편육이 생각났다. 이유인즉슨 순대는 편육과 마찬가지로 돼지냄새가 아닌 돼지향기가 0.1 났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필자는 예전에 식객에 나왔던 제주도 피순대를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돼지냄새가 너무 심해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그때의  좋은 추억은 오늘로 좋은 경험으로 바뀌었다. 순대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순대의 소는 돼지고기로 이루어졌는지 담백하고 고소한 것이 육향을 마구 뿜어냈다. 그와 동시에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을 정도로 쉽게 뭉개지는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과도한 부드러움을 커버하는 것이 바로 쫀듯쫀듯한 곱창 껍데기였다. 보기에도 새하얀 것이 신선해 보였고 손질을 꼼꼼하고 깨끗하게    같았다.  집의 비법은 돼지를 아주 정성스럽게 깨끗이 손질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순대를 먹으면서도 연신 감탄을 하며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하였다. 당면과 순대, 각종 내장들과 미나리를 국물과 함께 후루룩 마시듯 먹었다. 국물은 들깨가 들어갔음에도 텁텁하지 않고 고소한 맛만  남아있었다. 절대 맵지도 짜지도 않았다. 아주 묵직한 간이   사골국 같은 고소함이 입안 가득히 느껴졌다. 맵고 짜지 않으니 부담 없이 그릇째 들고 마시기까지 했다. 순대곱창전골의 맛은 의외의 방법으로도 확인되었다. 장정 4명이 점심을 먹는데  누구도 공깃밥을 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공깃밥이 사치로 느껴질 만큼 순대곱창전골 하나만으로도 든든한 식사가 되었다. 라면사리   주문해서 넣고 끓이니 국물이 금방 쫄고 탁해져서 아쉽긴 했어도 포만감이 마치 깜짝 놀란 복어의 배마냥 금방 차올랐다. 그렇게 정신없이 전골을 즐기고 있으니 문득 왕순대가 떠올랐다. 이쯤 되면  시간 정도는 지났지 않았나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왕순대 주문이 되는지 물어보니 이제는 된다 하셔서 재빨리 주문하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왕순대를 먹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같았다.



왕순대 12,000원

 김을 모락모락 풍기며 접시에 소복히 담겨 나온 왕순대의 비주얼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이건 진짜 곱창순대구나 생각이  정도로 껍데기 자체도 탱글탱글 두툼한 것이 어느 정도 두께가 있었는데 속이 어찌나 많이 들어있는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마구 삐져나와있었다. 서둘러 하나 집어서 먹어보았다. 크기 때문에 하나만 먹어도 입안이 가득 찼는데, 맛은 순대곱창전골에 들어있는 순대와 거의 똑같았다. 다만 따로 쪄서 나오기 때문에 보다  순수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곁들어 먹을 새우젓이 필요했는데 어찌 보면 금방 사라지는 돼지의 향을 새우젓이  커버해 주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새우젓 자체에서 특유의 향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순대를 맛보았을 때는 이미 4  배가 가득  상태였다.  이상 먹으면 과식이었기 때문에 참고 남은 순대는 포장했다. 포장 기계가 있는지 배달음식처럼 포장 용기에 완전히 밀폐되게끔  포장되었다. 벽면에는 순대곱창전골 포장 안내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는데, 나중에 한번 택배로 주문해서 먹어야겠다고 혼자 진지하게 다짐하였다. 이렇게 만족스럽고 배부르게 식사를 끝마치고 계산을 하니 52,000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1 13,000원이라니. 착한 가격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보다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게 느껴졌다.

 칭찬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 걱정될 정도로 격하게 글을   같다. 마치 직접 입으로 누군가에게 열변을 토한  처럼 기진맥진하여 글을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겠다. 독자분들께서 필자가 올리는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적인 입장에서 쓰는 것을  주지해 주셨으면 하는 바이다. 간만에 오로지 음식의 맛으로 승부를 보는 재야의 고수와도 같은 식당에서 돼지 부속 요리의 극치를 느껴   있어서 좋았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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