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달인에 나온 공주 떡볶이 맛집
해가 서늘하게 넘어가기 시작하는 저녁 먹기에는 다소 애매한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가볍게 식사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공주에 맛집을 검색해 보니 굵직한 음식들이 다수였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중앙분식이었다. 이름에서부터 부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분식. 학창 시절 주린 배를 불량?스러운 느낌이 나는 간식에 가까운 음식으로 채우던 생각이 났다.
차를 타고 도착을 하니 공주가 소규모 도시이긴 했다. 주변에는 높은 건물 하나 없이 고만고만한 건물들이 오손도손 줄지어 있었고 관공서 주변으로 도로가 한적하게 있어 편안하게 길가에 주차를 하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조용한 적막이 마음에 드는 그런 동네였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노신사분께서 홀에서 서빙을 하고 계셨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우린 이미 손님이 앉아있는 테이블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가게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분식점치곤 아주 깔끔하였다. 화장실도 갔는데 정말 깨끗하였다. 그런 청결함을 보니 사장님의 경영 철칙 또한 청렴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거울 위에는 생활의 달인을 인증하는 명패가 걸려있었다. 무슨 달인인지 궁금하여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워낙 예전에 방영을 했는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메뉴판을 보니 주력 메뉴가 즉석 떡볶이였다. 하지만 떡볶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은 필자에게 2인분을 주문하자니 부담이었다. 사장님께 이 가게에 처음 와서 어떻게 시켜야 될지 모르겠다고 이실직고 고백하니 사장님께서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떡볶이는 1인분만 시켜서 사리를 추가해서 드시면 되고 비빔만두와 쫄면을 같이 시키는 것보단 쫄면에는 군만두를 시켜서 같이 먹으면 아주 맛있다고 추천해 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떡볶이 1인분에 쫄면 하나 군만두 하나를 주문하였다.
가장 먼저 분식집 하면 빠질 수 없는 단무지와 깍두기 그리고 어묵 국물이 나왔고 전골냄비에 떡볶이 재료들이 담겨 나왔다. 테이블에 탑재 된 가스버너 위에 올리고 바로 불을 올려 주셨다. 앞접시로 나온 그릇들이 하나같이 불에 그을려 있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우면서도 떡볶이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 받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사장님께서 떡볶이 소스를 잘 버물어 주시고 먹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적당히 끓으면 불을 줄이고 밑에 있는 당면과 야채, 어묵을 먼저 먹고 불을 끈 다음에 쌀떡을 약간 식혀서 먹으면 아주 맛있다고 하셨다. 떡볶이가 완성된 사진을 못 찍어서 독자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말로써라도 설명해 드리면 엄청 빨간 비주얼은 아니고 케첩이 섞인 듯 주황색의 마일드한 색감이었다.
맛은 강한 화력으로 갓 조리를 해서 그런지 아주 뜨끈뜨끈했는데 맵지는 않았다. 초등학생 정도면 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의 맵기였다. 생각보다 강한 맛이 아니라 심심하였는데 싱겁지는 않고 따로 추가적인 양념이 필요 없을 정도의 간이었다. 부담 없어 계속해서 손이 갔다. 떡은 확실히 식어야지 쫄깃 해지는 것을 느꼈다. 생각보다 양이 꽤 되어서 마지막 쌀떡 몇 개는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만두는 정말 기름에 제대로 튀겨져서 나왔다. 전체적으로 고른 갈색을 띠고 있는 것을 봐선 기름에 풍덩 빠져 익은 것 같았다. 제공된 가위로 삼등분해서 한입 먹어보니 맛은 전형적인 식자재마트에서 파는 듯한 가공품의 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워낙 잘 튀겨져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이 뜨거운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제대로 된 겉바속촉으로 맛있었다.
그리고 필자가 먹고 싶어 주문한 쫄면이 나왔다. 오래간만에 보는 정말 정감 가는 쫄면 비주얼 그 자체였다. 쫄면을 시킨 이유는 필자의 고향은 경북 경주인데 그곳에 생활에 달인에도 나온 쫄면집도 있을 정도로 쫄면이 유명했다. 오랜만에 오는 분식집에서 옛날 추억의 그 맛을 느껴보고 싶었기에 주문을 하였다. 야무지게 비비니 양념장이 넉넉히 있어 맛깔스러운 비빔쫄면의 모습을 들어냈다.
사장님의 추천대로 군만두 한 조각에 야채와 함께 먹으니 아주 맛있었다. 새콤달콤한 소스와 아삭한 야채 그리고 고소한 군만두가 마치 동북아시아 3개국의 평화의 시대가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당연스럽고 평화로운 맛이었다. 이것 또한 부담 없이 입으로 계속 들어가는 마성의 조합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즐기니 꽤나 배가 불러 적당한 선에서 식사를 마무리하였다. 분식의 장점은 식후에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배부르게 먹고도 15,000원이었다. 파스타 하나에 17,000원 하는 곳도 다분히 많은데 가성비 저렴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분식점이 정겨웠다. 하지만 분위기나 맛은 어쩔 수 없이 가벼울 수밖에 없는 점은 감안해야 됐다. 식사보다는 간식에 가까운 목적으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배를 그득 채울 수 있는 가성비 맛집.
The end.
이 글은 작가가 직접 작성하여 개인블로그에 기게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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