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즐길 수 있는 타이 음식점
퇴근시간에 맞춰 비가 꽤나 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재와의 산책 막바지 무렵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비를 많이 맞지는 않았지만 집에 들어와 창밖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바라보니 비오는 날의 gray색의 기분이 잘 느껴졌다. 복숭아씨의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똠얌꿍이 떠올랐다. 흑백영화에서 빨간색이 강조되듯 비 오는 날은 뭔가 빨간 국물이 떠올랐다. 복숭아씨와 연애 초기에 맛있는 똠얌꿍을 찾아 서울 연남동과 이태원까지 갔던 기억이 있었고, 이런 날씨에 추천을 하면 좋아하실 것 같아서 검색을 해보았다.
날씨가 꽤나 쌀쌀해서 집과 가까운 신세계 백화점의 '콘타이'로 향했다. 이른 저녁시간이어서 손님이 식당에 가득 차 있지 않아 웨이팅 할 필요는 없없고 창가 쪽에 여유 있게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였다. 요리보다는 식사에 중점을 맞춘 메뉴들이었고 우리는 똠얌꿍 하나와 식사용으로 새우오징어덮밥을 주문하였다.
먼저 새우 오징어 덮밥이 나왔다. 비주얼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꽤나 단순하게 대충 만든 느낌이었다. 양파도 큼직큼직하고, 고추도 듬성듬성 토막에 가까웠고 덮밥이라기 보다 볶은 고명으로부터 국물이 흥건하게 나와 그냥 밥 옆에 반찬을 같이 내놓은 것 같았다. 쌀은 베트남 쌀 + 백미를 8:2로 밥을 지어서 내놓았다고 하는데, 백미는 굳이 넣지 않아도 크게 거부감이 없을 것 같을 정도로 백미와 베트남 쌀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맛을 보니 정말 흔하게 맛있는 맛이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동남아 향신료를 사용해서 간단한 조리법으로 쉽게 낼 수 있는 맛이어서 크게 요리의 정성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더운 동남아 지역의 기후 특성상 짧은 시간 내에 후딱 조리를 끝내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대로 받아들었다.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메뉴판에서는 덮밥 맛있게 먹는 방법을 친절히 설명되어 있었다. 계란 노른자 터트려 밥에 잘 비벼 먹으면 맛있다였다. 하지만 노른자가 사진에서 보다시피 너무 익어 버려서 밥과 비빌 수가 없었다. 하물며 반찬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느낌이 들어서 음식의 느낌이 좋지 않았다. 흔한 상업적인 맛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딱히 없을 정도로 맛은 있어서 허기와 함께 야무지게 남김없이 잘 먹었다. 확실히 동남아 음식으로 볶음밥을 많이 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주인공 똠얌꿍이 나왔다. 면은 추가로 주문하였다. 똠얌쌀국수는 면이 있지만 똠얌페이스트 소스를 사용한다고 적혀있어 그래도 정성으로 조리한 똠얌꿍을 즐기고자 20,000원짜리 똠얌꿍에 쌀국수 면은 추가로 주문하였다. 가운데가 뚫린 신선로 화로 냄비에 담겨 나왔는데 따뜻한 불 없이 나올 거면 굳이 이런 냄비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국자로 국물 퍼내기가 다소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렵게 국물 그릇에 떠서 맛을 보았다. 처음 맛본 느낌은 굉장히 편안한 맛이었다.
사실 필자는 똠얌꿍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그동안 �씨의 기호에 맞춰서 똠얌꿍을 함께 즐겼다. 그러면서 맛있었던 적도 있고 그렇지 않았던 적도 있었지만 이 식당은 맛있다 맛없다 이분법적으로 표현하기 굉장히 애매하였다. 크림 파스타를 먹는 듯 거부감이 전혀 없이 편안한 맛이었다. 아마도 코코넛크림을 듬뿍 넣은 듯했다. 코코넛 향이 은은하게 나는 것이 좋았지만 한편으로 똠얌 특유의 쿰쿰하면서 새콤한 맛이 절감되어 실망이었다. 처음 똠얌꿍을 먹었을 때는 경상도식 매운 소고기국을 한여름에 하루 정도 방치해둬서 쉰 맛이 느껴졌지만 재료와 조리법을 알게 되니 그 특유의 향과 맛이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긍정적인 맛의 중점 요소들은 다름 아닌 과한 상큼함이었다. 레몬그라스와 라임과 같은 식재료가 매운맛과 만나 발산하는 쎄한 맛이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식당의 똠얌꿍은 그런 싸한 맛이 약했다. 코코넛크림을 넣음으로써 맛의 대중성은 높였지만 똠얌꿍 특유의 개성은 많이 사라져 버렸다. 엄밀히 말하면 똠얌남콘이라고 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먹으면 먹을수록 싸한 맛이 밑에 어느 정도 깔려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감칠맛이 살아나 다행이었다.
똠얌꿍은 태국어로 똠 '끓이라', 얌 '새콤함', 꿍 '새우'이라는 합성어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새우가 사실상 요리의 주인공이다. 꽤나 큰 타이거 새우가 대여섯 마리 둘이 먹기에는 풍족한 만큼 들어있었다. 필자는 새우를 좋아하는지라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남김없이 씹어서 먹는데, 충분히 잘 끓여서 새우 껍질이 꽤나 연해져서 수월하게 씹어 먹을 수 있었다. 껍데기가 딱딱하면 뽀족한 부분에 입안이 찔리기 십상팔구인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코코넛 밀크만 조금 넣으면 필자를 더 만족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쉬웠다. 다음번에 콘타이를 방문하게 된다면 똠얌꿍을 주문할 때 코코넛 밀크를 조금만 넣어 달라는 개인적인 레시피를 부탁드려야겠다. 하지만 독자분들에게는 이 식당 레시피 그대로의 똠얌꿍이 보다 편안한 맛으로 긍정적인 요소로써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비가 오는 날 문득 생각나는 대로 실행에 옮겨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된 저녁식사였다. 비록 까탈스러운 식성 때문에 맛에서 만족감을 얻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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