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모랭이 캐릭터 팝업 준비 과정
돌모랭이 캐릭터 팝업 준비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치열하게 고민하며 만들었던 시간들을 인사이트로 담아봅니다.
몇 달 전부터 카페, 전시장, 상업공간, 시장까지 천안을 샅샅이 뒤져가며 팝업 공간을 찾으러 다녔어요.
마음에 드는 공간 찾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조금만 더! 찾아보자'를 외친 공간 투어였죠.
괜찮은 공간을 찾았더라도 관계자와 조율하는 시간도 필요했으니 데드라인까지 찾고 그중에서 고를 셈이었거든요.
공간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장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콘셉트와 타깃이 바뀌어요. 그래서 아무리 늦어도 오픈 3개월 전에는 공간 계약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였죠.
후보군에 있던 공간 중 중앙시장이 있었어요. 그래서 시장 내 무인 카페를 시작해 몇 군데 상점이 마음에 들어 팀원들과 둘러봤어요. 공간 자체는 위치나 크기면에선 괜찮았어요. 그런데 뭔가 아쉬운 마음이 가시질 않는 거예요. '그게 정확히 뭘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럴 때는 당장 결정하지 말고 공간을 관찰하면 되거든요. 평일에 구경 갔으니 주말에 혼자 가서 조용히 관찰했어요. 주말에 가보니 알겠더라고요. 왜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지.
주말이라 활기가 띄는 시장의 모습이었어요. 중점적으로 살펴본 부분은 1) 시장에 오는 사람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고 원할까 2) 팝업을 연다면 볼 마음이 있는 잠재 고객이 있을까? 였어요.
관찰을 하며 느낀 점은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였어요. 무인 카페를 관찰하던 중 어르신 분들이 방문하며 쉬어가는 모습을 보고 이곳에서 팝업을 여는 상상을 했는데, '어르신들의 쉼터를 뺏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가족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팝업이라는 당초 기획 때문에 둘러본 시장이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모객을 하기에 현장 상황은 좀 달랐던 거예요.
우리가 팝업이란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자 할 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지 본질적인 고민을 다시 하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캐릭터 팝업을 '하나의 메시지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팝업은 새롭게 개발한 '돌모랭이' 캐릭터 론칭을 위한 마케팅 행사의 일환이지만 적어도 광고로 가득 채워진 공간에서 시간을 뺏긴다는 느낌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돌모랭이는 인간에게 이리 치이고, 발로 차인 하찮은(?) 돌멩이들 콘셉트로 탄생했어요.
즉, 서로 위로받고 응원하게 되는 매력이 중요해요. '하찮은 인생은 없어! 모두가 소중해!'라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진짜 마지막이라고 한 번만 더 찾아보자 생각하던 중 극장이 떠올랐어요. 실제로 창업 초기에 CGV 2개 지점에서 만세소녀 캐릭터 캠페인을 진행한 경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긍정적인 기억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너무 오래 전이기도 하고(5년 전..) 어느 지점에서 가능할지 찾아봐야 해서 다시 0에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공간 조사를 다녔어요. 그러다 우연히 CGV 천안시청점과 컨텍하게 되어 점장님 미팅 자리를 만들었어요. 협의가 끝난 후 CGV로 공간을 최종 확정하게 되었어요.
극장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3가지였는데,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라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점, 가족, 연인 등 시간 대별 상세 타겟층이 다른 점, 마지막으로 기간을 한 달로 늘리자고 제안해 주신 점이 좋았어요.
돌모랭이 캐릭터 원화는 개발이 완료되어 있었지만 팝업 구조물은 아니었던지라.. 설계를 디테일하게 구성했어요.
이 과정에서 포인트는 '동선'이었어요. 실제 가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주 크진 않았지만 장점은 전체가 훤히 보이는 라운지라는 점이에요. 사람들이 쉬며, 혹은 영화 전 후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노출되는 구조였어요. 이 장점을 더욱 살릴 수 있도록 배너, 구조물의 위치를 계속 고민했어요.
공간 확정 후 새로운 옵션이 생겼는데 그중 하나는 1개월로 기간이 늘어났다는 점이에요. 늘어나서 좋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되더라고요. 1주일만 진행하려던 가장 큰 이유가 예산 비중이 컸던지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어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아르바이트 인건비였는데 한 달 내내 현장 인력을 둘 수 없었어요. (그럴 필요도 없었지만요!) 하지만 이벤트 당첨자에게 직접 선물을 주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고, 평일엔 전면 '비대면 팝업'으로 진행해야 했어요. 그렇기에 시스템과 협업 프로세스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런데 평일 비대면 팝업이 오히려 기회가 됐던 것은 '금고' 운영 덕분이었어요.
금고라는 재미있는 소재가 마케팅 포인트가 되었죠. 그 덕에 오픈 첫 주 방문자가 스스로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는 바이럴이 되었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당첨 시 신나는 환호성 때문에 주변에서도 관심을 끄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에요.
'돌모랭이 마을'이라는 테마에 맞게 공간 전환이 필요했는데 실제 가용 영역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라 박스 형태의 포토 부스로 제작했어요. 전화 부스처럼 말이죠. 안과 밖의 디자인을 달리 한 후 내부 및 외부에서 사진 찍는 것을 고려해 제작했어요. 모든 사람이 선물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포토존에서는 사진을 찍더라고요.
그런데 제작 과정에서 내부 조명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실제 완성 후 보니 너무 어둡더라고요. 전기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센서등을 달아 내부를 밝게 만든 후 건전지를 교체하는 식으로 운영했어요.
참여형 코너로 돌덩이에게 고민을 써서 버릴 수 있는 섹션을 만들었어요. 검은색 종이에 흰색 펜으로 고민을 적고 찢어버리면 무거운 돌덩이가 고민을 삼킨다는 콘셉트이에요.
며칠 지켜보며 알게 된 것은 고민을 적는다기 보단 꿈이나 소망을 적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그중 일부는 '고민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는 거예요. (정말 부러운 일) 특히 어린이 관람객의 경우는 대다수 고민이 없다며 캐릭터를 따라 그리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광경을 보게 되었죠. 극장이라는 오픈된 공간에서 고민을 적는 건 어려운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이벤트 할 때 '꽝'이란 단어를 선호하지 않는데, 당첨이 아니더라도 다른 표현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금고 이벤트에도 꽝일 경우 귀여운 행운 부적을 랜덤으로 노출하게 만들어놨거든요.
뿐만 아니라 주말 한정 '뽑기 이벤트'를 운영할 때에도, 캡슐 속에 '꽝'이란 단어는 금지로 정해놓고 돌모랭이 스티커를 넣어놓기로 했어요. 사실 스티커가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어린이들에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 스탭이 있기 때문에 뽑기 경품이 당첨된 경우 금고에 들어가지 않는 부피 큰 협찬사 (라미유, 클로즈드 커피) 선물을 즉시 증정할 수 있어요. 연령에 따라 선호하는 이벤트와 선물이 다르기 때문에 주말 한정 이벤트를 추가로 운영했어요.
이번 팝업을 통해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많이 하게된 것 같아요.
캐릭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험은 이 일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