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 같은 내 인생

by 느린날들

뛰걷뛰걷 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어떨 땐 스퍼트를 내서 뛰다가도 호흡을 조정하기 위해 걷는다. 엄마한테 우스갯소리로 내 인생은 조정 중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늘 인생이 그랬다. 퀀텀점프를 하기 전에는 지지부진한 시간들을 견뎌냈어야 했다. 일직선의 우상향 같은 아름다운 선은 없었다. 늘 내 인생은 지지부진하다가 펴졌다.


그래도 내 인생은 미국주식 같다. 조정을 받을 때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추매다. 꾸준히 노력을 갈아 넣으면 평단가도 맞춰지고 길게 보면 우상향 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웃긴 소린가 싶은데, 인생이 투자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면 투자가 인생 같은 건가.. 그런 웃긴 상상들을 한다.


회사에서 잘리고 지지부진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력서를 고치고 관련 업종에 보이는 대로 다 넣었다. 까먹고 있던 찰나에 면접 관련 연락이 두 곳에서 왔다. 한 곳은 저번 회사와 비슷해 보이는 곳, 한 곳은 나아 보였다. 비슷한 곳에서는 연락이 끊켰고, 나아 보이는 곳에서는 면접 일정을 잡게 되었다.


사실 오늘은 면접 전 날이다. 더 나은 곳에서 면접을 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무척 기분이 좋다. 될지 안될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나의 최선을 다 한다. 결과에는 승복하기로 다짐한다. 그러면 나는 나의 몫을 한 것이다.


면접 준비를 하며 예상 질문 리스트들을 뽑아 보았을 때, 나를 꽤나 돌이켜 볼 수 있었다. 나는 어떤 큐레이터가 되고 싶은지, 전시를 기획하며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던 사람이었는지 등의 질문들은 뻔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았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나는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하고 싶다. 지지부진했던 근 이삼 개월, 이렇게 또 조정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노력하는 내 모습이 추후 어떤 결과를 가져온다 할지라도 나에게 경험과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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