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준 Nov 12. 2024

과도기

우리는 항상 과도기의 인생을 살아간다


네이버에 들어가서 카톡에 올린 글 삭제 방법을 보고서야 내가 요즘 매일 사용하는 읽음 표시 부호 아래에 삭제기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말로 배워야 할 유용하고 필요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나 자신을 생각해 볼 때 '사고의 폭'이 제한되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어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관계에서 서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각 개인의 출생과 가정, 성장환경, 그리고 유전자 등이 다르고 각각의 성격도 상이하기 때문에 누가 옳고 그른가  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주는 배려와 공감의 자세가 더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느끼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운전문화'가 전에 비해 월등히 높아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전에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서로 자기주장을 앞세우면서 고성과 삿대질이 오고 가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다투는 장면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각자가 가입해 둔 해당 보험회사로 연락만 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시대다.

조직집단으로서 유기체 기능을 가진 직장도 내가 다닐 때 보다 엄청나게 변화되었다. 소위 개체로서의 인격적 대우와 인간존중 문화가 대세다. 옛날 옛적(?)에는 사무실에  출근하면 여성동료 직원이 커피를 '예쁜 찻잔'에 담아서 내 책상에 갖다 주었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매월 1일에는 새벽같이 출근하여 싸리빗자루를 들고 '새마을 청소의 날' 행사에 참석해야 했다(이때 여직원은 집안을 돌보는 관계로 대부분 행사참석 예외였다). 평일 '야근'은 필수였고 토요일과 일요일 특근도 다반사였다.

세상의 변화는 삶의  수준의 변화를 수반한다. 그렇지만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해서 각 개인이 원하고 바라는 희망사항들이 높아진 삶의 질적 수준과 비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회 발전에 따라 개인의 취향이나 '미래의 원하는 목표'도 다양성을 띠게 된 바람직한 현상으로 업그레이드되었지만 때로는 '극단화'로 치달아 개인의 문제가 전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하긴 세계의 각종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각자의 처한 환경 속에서 '나비효과'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별명은 청소년 때는 '형광등'이었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복무 시절에는  '능사(능구렁이)'였다. 난 중대(8사단 10 연대 1대대 2중대) 통신병이었고 본부에 근무했었는데 ROTC 출신 소대장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복무하면서 누구한테나 밉상을 보이지 않았는지 기합을 받았다거나 선임으로부터 구타를 당한 일이 없었던 것은 아마도 소대장이 붙여준 별명처럼 능구렁이같이 적응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내 별명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하며 살아오면서 참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사회 각 계층의 사람들이, 그리고 언론과 매스컴들이  하는 얘기는, 지금은 '과도기(?)'라는 것이다. 도대체 그놈의 '과도기'는 언제 끝나게 되는지.....,

고교 졸업 후 9급(당시 5급을 류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할 때는 '새마을 운동'이 한참이었을 때였다. 그때 나는 매년 '속히 새 해가 오기'를 학수고대하면서 근무했었다. 해가 바뀌어야 봉급이 인상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매년 허리띠를 졸라 매야 했다. 그야말로 봉급이 '쥐꼬리'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도 과도기였다.

1979년 6 월에 제대 후 복직하여 다니던 중  10 월 26일 만원 버스에 몸을 싣고 출근을 하고 있는데 버스 라디오에서 '대통령 유고'라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있었고 새로운 과도기가 시작되었다. 얼마 후 광주에서 큰  사태가 (지금은 항쟁이라고 한다) 발생했는데 그 이후 또 다른 과도기가 시작되었다. 계속해서 나 는 과도기적 시기를 보냈다. 군사정부에서 민주화 정부로의 과도기, IMF 사태로 인한 과도기, 소위 진보 좌파 정부로의 과도기, 그리고 사상 초유의 현직대통령이 소위 촛불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탄핵됨으로써 발생한 정국의 불안과 그로 인한 새로운 정부의 출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과도기적 변화와 함께 도래한 AI 시대의 등장....

끊임없이 변화하는 오늘을 살고 있기에

나의 한평생은 과도기로 시작해서 과도기로 끝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시행착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