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의 가을, 쌍산재에서 만나는 사락(四樂)

by 임세웅

구례의 가을은 언제부터일까요? 누군가는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 때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피아골 단풍이 붉게 타오를 때라 합니다. 하지만 진짜 구례의 가을은 쌍산재의 곶감이 꽃처럼 매달릴 때 시작됩니다.

처마 밑마다 주홍빛 곶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은 마치 가을의 향기가 시각으로 피어나는 듯합니다.

쌍산재의 마루에는 따스한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음료를 내어주는 주인장의 손끝에는 정성이, 그 잔에는 계절의 온기가 스며 있습니다. 그 한 모금의 음료를 마시며 아무 말 없이 마루 끝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 바로 그 고요함이 쌍산재의 첫 번째 즐거움입니다.

잠시 후, 고즈넉한 돌담길을 따라 걸으면 발끝에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들립니다. 산새 한 마리가 마당을 가로지르며 가을빛을 흔들고, 바람은 감나무 사이를 지나며 달콤한 향을 남깁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비워지고, 풍경이 채워집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복잡한 세상의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흐릅니다.

차 한 잔의 여유, 바람 한 줄기의 위로, 햇살 한 조각의 따스함, 그리고 느리게 걸으며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 이 네 가지 즐거움이 바로 쌍산재에서 누리는 ‘사락(四樂)’입니다.

곶감이 꽃이 되고, 가을이 쉼이 되는 곳. 올가을, 구례 쌍산재에서 사락의 가을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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